'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기업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기업 총수들에 대한 조사도 시작된 만큼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의 성격이 조만간 규명될 전망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0일 금호아시아나·LS·부영그룹 임원과 포스코 최모 부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이 대가를 바라고 낸 것이었는지, 이 과정에 '비선 실세'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강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해당 기업 임원들은 대부분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강요에 의해 낸 돈' 이라는 취지로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조사도 본격화했다. 검찰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4~25일 독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류를 확산하는 취지에서 대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지원했으면 좋겠다"며 사실상 재단 지원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재벌 총수들이 '민원'을 건넸다면, 재단 출연금이 뇌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뇌물죄가 적용될 경우 돈을 낸 기업들까지 처벌 대상이 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모금 당시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요구하는 경제정책들이 추진된 점 등을 들며 "법이 잘 처리되도록 부탁하는 차원에서 재단에 기금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총수들에 대한 조사 방법을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인물들이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의 뜻에 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어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뿐만 아니라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가 광고사를 강탈하는 것에도 '대통령의 뜻이라고 판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던 진술 태도를 바꿔 조금씩 입을 열고 있으며 차씨도 박 대통령과 최씨가 연루된 정황을 대체로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오는 19일 최씨를 우선 기소할 방침인데, 최씨의 혐의 중 다수가 대통령과 연결돼 있는 만큼 기소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청와대나 제3의 장소를 방문해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주가 지나면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일정의 윤곽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