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뉴스1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49)의 눈빛, 다들 기억하시나요? 우 전 수석은 당시 "가족회사의 자금을 유용한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한 기자를 불쾌한 듯 노려봐 구설수에 올랐는데요. 이후 검찰청사 안에서 여유있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공개되며 '황제 소환' 등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당초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 의혹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었습니다. 그는 가족회사 정강 자금을 횡령하고 회사 명의로 빌린 고급 외제차 마세라티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았는데요. 특히 처가의 땅을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누락하고, 의경으로 복무 중인 아들이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자리를 옮길 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개인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최순실 게이트'로 번졌습니다. 우 전 수석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60·구속)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드러난 국정 농단 의혹을 알고 있었는데도 사실상 묵인하거나 방치했다는 의심을 받게 된 것입니다. 청와대 안팎의 비위를 관리해야 하는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인데요. 김수남 검찰총장이 지난 7일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의혹을 수사하라고 지시한 뒤 검찰의 수사가 확대된 모양새입니다.

의혹 제기부터 특별수사팀 수사, '최순실 게이트' 수사까지…우병우의 4개월
우 전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7월의 일입니다. 한 일간지는 우 전 수석 처가가 서울 강남역 인근 부동산을 넥슨코리아에 매각하며 100억원대 특혜를 챙겼다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이후 며칠 사이로 연달아 우 전 수석의 아들이 의경 '꽃보직'을 받았다는 등의 의혹들이 보도됐죠.

이 무렵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감찰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들도 우 전 수석을 고발하고 나섰죠. 이 전 감찰관은 지난 8월 검찰에 우 전 수석을 수사의뢰했습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수사의 속도는 더뎠는데요. 수사팀은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각종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를 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우 전 수석이 당시 현직 신분이었다는 점이 수사의 걸림돌이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왔습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그의 사퇴 요구가 빗발쳤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

꼿꼿했던 우 전 수석은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했기 때문인데요. 그제서야 검찰은 야인이 된 우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지 3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최순실 사태 이후 대중의 관심은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 측근 비리를 사전에 발견하고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쏟아졌는데요. 특히 황제 소환 논란 등으로 국민의 분노가 검찰을 향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검찰도 이 같은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었겠죠.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한 지 하루 만에 직무유기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10일에는 우 전 수석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에 검찰이 조만간 우 전 수석을 다시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속속 드러나는 직무유기 정황들…중요한 것은 검찰의 수사의지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이 앞으로 어떻게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들을 입증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바로 검찰의 수사의지입니다. 검찰이 검사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우 전 수석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들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황제 소환 논란 당시 석연찮은 해명으로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한 검찰 관계자는 "조사 중이 아니라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찍힌 것이고 사진 한장으로 수사 분위기를 완전히 단정지을 수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추가로 여러장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 같은 해명은 힘을 잃게 됐습니다.

지난 10일 있었던 압수수색의 실효성도 논란이 됐는데요. 검찰은 수사 초기에는 자택을 압수수색하지 않고 2개월이 지난 지난 10일에서야 휴대폰 등을 압수해 왔습니다. 검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 전 수석이 미리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비를 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것이죠.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서는 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 자체가 입증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직무유기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적다는 것인데요. 현행 형법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조계 관계자들은 "직무유기란 단순히 일을 소홀히 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직무를 포기한다는 의사가 정확히 드러나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민정수석실이 지난해 미르재단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이 지난 11일 제기됐는데요.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 전 수석은 당연히 미르재단 등의 출연금 강제모금 정황 등을 미리 알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순실 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문화계 황태자'로 이름을 떨쳤던 차은택씨(47)를 통해 사건을 미리 파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입니다. 결국 모두 검찰의 수사로 밝혀져야 할 문제들입니다.

우 전 수석이 다시 국민들 앞에 설 날이 곧 올 것 같습니다. 우 전 수석은 그때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낼까요. 검찰은 우 전 수석 황제 소환 논란 이후 조사실 창문에 블라인드를 쳐놨는데요. 그 안에서는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요. 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모든 국민들이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검찰이 더이상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