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60·구속)를 둘러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사건 관계자들이 연달아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들이 이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유와 향후 검찰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검찰에 구속된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들의 혐의와 관련해 대부분 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부탁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각종 의혹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들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입장을 바꾼 셈이다.

이에 따라 이들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입을 맞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자신들의 혐의를 벗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 의도적으로 수사의 화살을 대통령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최순실씨의 입장 변화가 눈에 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던 최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연설문과 정책문서 등을 봐 달라고 먼저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연설문 등이 담긴 태블릿PC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부인해 왔던 최씨가 이처럼 진술을 번복한 것은 지난 4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책임을 넘긴다고 느낀 최씨가 서운함을 느껴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의 통로로 알려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역시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로 최씨에게 각종 문서를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폰에는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하라고 지시하는 박 대통령의 육성 녹음파일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57·구속)도 이번 사태의 큰 축인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강제모금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바꿨다. 당초 그는 재단 관련 의혹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최근 검찰 조사에서는 대통령의 지시나 뜻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또 최씨와의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문화계 각종 이권사업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47)도 대통령의 소개로 만났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수석이 2014년 8월 아랍에미리트(UAE) 출장 직전 차씨를 소개받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출장 직전 안 전 수석을 불러 "같이나갈 사람, 차은택씨"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피의자들이 이처럼 각종 의혹들이 박 대통령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점차 박 대통령을 향해 가고 있다. 박 대통령도 직접 검찰 조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검찰은 조사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박 대통령 에 대한 조사 방법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