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동창과 '스폰서' 관계를 유지하며 사건 처리를 도와주는 대가로 수천만원대 향응·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사진=이기범 기자.

고교동창과 '스폰서' 관계를 유지하며 사건 처리를 도와주는 대가로 수천만원대 향응·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 측이 "뇌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빌린 돈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의 심리로 18일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김 전 부장검사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전체 금액 중 계좌이체로 받은 1500만원은 빌린 돈이고 다 정리가 됐다"며 뇌물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어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또 "나머지 현금으로 받았다는 돈에 대해서는 전혀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고교동창 김모씨가 김 전 부장검사에게는 친구처럼 행세하고 다른 지인들과의 관계에서는 김 전 부장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금전을 편취하고 입지를 강화하는 등 이중플레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김 전 부장검사와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증거로 보관하다가 추후 김 전 부장검사에게 형사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압박하는데 사용했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앙심을 품고 언론에 제보하는 등 협박하며 금품을 갈취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변호인은 김씨와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심리를 분리해 진행해 달라고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호인은 "김 전 부장검사가 김씨의 제보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중 억울함에 여러 차례 결정적인 시도도 했다"며 "김씨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김씨가 김 전 부장검사 측 변론방향을 듣고 진술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뇌물공여자와 수수자가 공범으로 기소돼 같이 재판받는 것이 원칙이다"며 "특히 김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만큼 김 전 부장검사 측과 다툴 부분도 있어서 함께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22일 첫 공판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2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서울 강남의 고급 술집에서 고교 동창 김모씨로부터 29회에 걸쳐 24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2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김씨에게서 "지인이 가석방되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 등을 받고 3400만원의 금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씨로부터 받은 돈 일부를 오피스텔 보증금과 생활비로 쓰라며 내연녀에게 건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 전 부장검사는 김씨에게 관련 정보가 들어있는 휴대폰을 없애고 압수수색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