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전경.

양돈업체에 투자하면 최고 연 60%의 수익을 내주겠다고 속여 2400여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업체 '도나도나' 사건의 피고인들이 "유사수신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의 심리로 21일 열린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서 도나도나 회장 최모씨(69) 등 11명의 변호인은 "최씨 등은 해당 사업이 적법행위라고 생각했다"며 "재판 과정을 통해 고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은 무려 3년간 진행됐다"며 "변호인이 주장하는 '고의성'이 입증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도나도나 측이 가로챈 2429억여원을 아직까지 (피해자들에게)돌려주지 못한 상황에서 최씨 등은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는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날 방청석을 가득 메운 도나도나 사건의 피해자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불편한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들은 변호인의 진술이 이어지자 "계약서가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외치다가 검찰의 말에는 박수를 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뒤 법정 밖으로 나온 피고인들을 향해 "다 사기꾼들이다" "어떻게 남의 돈을 그렇게 먹을 수가 있냐"고 소리치며 울분을 토했다. 한쪽에서는 욕설이 오가고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씨 등은 2009년 4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어미돼지 1마리에 500~600만원을 투자하면 새끼돼지 20마리를 팔아 원금 보장과 함께 수익을 내주겠다"고 속인 뒤 투자금 2429억원을 끌어모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법은 법령에 따른 등록·신고없이 수익을 약속하거나 적어도 원금을 보장해주겠다는 조건으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행위를 유사수신으로 규정, 금지하고 있다.

앞서 1·2심은 "도나도나가 다 자란 새끼돼지들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새끼돼지를 인도할 의무가 도나도나 측에 남아있었던 만큼 최씨 등이 받은 돈은 돼지값으로 봐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다만 투자자문의 수수료를 몰래 회삿돈으로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 가짜 정산서를 꾸며 대출을 받은 혐의(위조사문서 행사 등)는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당시 사업 구조와 계약내용 등을 보면 계약의 목적은 다 자란 새끼돼지를 인도받는 것이 아니었다"며 "실제로 투자자들이 새끼돼지나 돼지고기를 받아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씨 등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높은 수익금을 보장하고 양돈사업 투자금을 받았다"며 "돼지를 키운다는 것은 명목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높은 이자를 쳐주겠다며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간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최씨 등은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구속기소)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49) 등 전관 변호사를 대거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법조비리로 구속기소된 홍 변호사가 억대 수임료를 부당하게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이 됐다.

파기환송심 2차 기일은 내년 1월13일 오후 5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