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를 준 것을 놓고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역시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게 되면 적용 법조가 달라질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2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최씨는 2014년 10월 케이디(KD)코퍼레이션이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KD코퍼레이션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동창생 부모가 운영하던 회사로, 흡착제 관련 제조업체다. 주로 무기화학 제품 제조·판매업과 식품포장 유기 합성제품 등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같은 부탁을 받고 수차례에 걸쳐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통해 KD코퍼레이션의 사업소개서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그해 11월 안종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에게 "KD코퍼레이션은 흡착게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가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을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과 동석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KD코퍼레이션이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활용이 가능하면 채택하라"고 요구했고, 현대차는 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이 회사의 제품을 납품받기로 했다. 이로 인해 KD코퍼레이션은 지난해 2월~올해 9월까지 10억6000만원 상당의 실적을 올렸다. 최씨는 이 청탁을 성사시킨 대가로 1000만원이 넘는 샤넬백 1개와 현금 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같은 일을 벌인 최씨에 대해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대가를 챙긴 최씨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뇌물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 대통령은 다르다. 대통령은 공무원 신분으로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이 일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최씨가 이득을 챙긴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이득을 챙겨줄 의사가 있었다면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검찰도 이날 이 사건으로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케이디코퍼레이션 관련 혐의에서 최씨의 이해관계를 이해했으면 또 다른 법 의율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은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에 의해서 엄격히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아 혐의를 엄격하게 판단한 것으로, 추후 조사가 이뤄지면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특검이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현직 대통령에 대한 강제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