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은행의 현금인출기를 관리하는 한 보안회사 직원이 지인과 공모해 자신이 강도 피해를 당한 것처럼 속이는 방법으로 총 94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나상용 부장판사는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된 보안회사 직원 노모씨(24)와 그의 지인 김모씨(23)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9월23일 밤 서울 관악구의 한 은행 365코너에 있는 현금인출기에 카드를 넣은 뒤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이에 해당 현금인출기를 관리하는 노씨가 현장에 출동하자 김씨는 노씨를 때리고, 발로 밟아 기절시킨 것처럼 연기했다.

이후 김씨는 폐쇄회로TV(CCTV)의 방향을 돌리고 현금인출기에 있는 현금 9454만원을 가방에 담아 나왔다. 이 과정에서 노씨는 계속해서 기절한 것처럼 연기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노씨는 이후 경찰에 "민원인에게서 폭행을 당해 기절했고 깨어나 보니 현금이 없어졌다"고 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CCTV 속 노씨의 행동이 어색한 점 등을 수상히 여기고 추궁을 해 자작극이었음을 밝혀냈다.

나 부장판사는 이들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한 진술 등을 토대로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나 부장판사는 "노씨 등이 훔친 현금의 액수가 9400여만원의 거액인 점, 노씨가 보인회사 직원인 점을 악용하고 강도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해 수사에 혼란을 초래하기로 모의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 부장판사는 다만 "피해액이 대부분 환수된 점, 노씨 등이 범죄 전력이 없고 36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