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1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정원섭 목사(82)에게 자백을 강요했던 경찰관들이 총 23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임태혁)는 정 목사와 그의 가족들이 과거 자신을 수사했던 경찰관과 검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경찰관 3명과 그 유족들이 정 목사에게 23억8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다만 국가와 검사, 1심 판사 등에 대한 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거 정 목사의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들이 강압수사, 고문, 회유와 협박 등 가혹행위를 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며 "증거를 조작하는 등 불법행위에 해당되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 목사가 경찰에 연행된 날 이후부터 석방된 날까지의 예상 수입 등을 토대로 배상액을 정했다.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과거사정리법에서 정한 국가의 의무는 기본적으로 법령에 의한 구체화 없이는 추상적인 것"이라며 "국가가 직접적 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인정하지 않았다.

1972년 강원도 춘천에서 만화방을 운영하던 정 목사는 파출소장의 미성년 딸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15년간 복역했다. 그는 당시 경찰관의 가혹행위 끝에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목사는 70대가 된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법원 재심을 거쳐 누명을 벗게 됐다. 이후 2012년 형사보상금으로 9억6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정 목사는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6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소멸시효 탓에 돈을 받을 수 없었다. 대법원이 소멸시효 기간을 형사보상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라고 밝힌 탓이다. 정 목사는 형사보상 확정일로부터 6개월10일 뒤에 소송을 냈다. 이에 정 목사는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일부 승소 판결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