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다섯 가구 중 한 곳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관련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기 위한 준비가 충분할까요?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반려동물과 동고동락하는 법'(동동法)을 통해 반려동물과 관련한 법적쟁점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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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
고양이로 인한 분쟁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로까지 이어진 사건이 있었다. 고양이를 분양해준 사람과 분양받은 사람간 생긴 갈등으로 옥신각신하던 중 주고받은 말들이 협박죄를 구성하는지에 대한 다툼이었다.
2012년 10월경 A씨는 본인이 구조해 돌보던 고양이를 B씨에게 입양을 보냈다. B씨는 2013년 9월 이사하던 와중에 문제의 그 고양이를 잃어버렸다고 A씨에게 통보했다. A씨는 B씨와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던 중 B씨가 고양이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 다른 곳에 갖다 버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가지게 됐다. A씨가 흥분한 상태로 B씨에게 보낸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양이 이름)을 반드시 찾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 정신적 물질적 피해 다 보상해야 될 겁니다. 내가 법을 좀 압니다. 이런 류의 사람에게 교훈 한 번 주렵니다. 제대로 본때를 보일 겁니다. 본인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줄까 고민 중입니다. 내가 거기까지 가서 창피주고 난리칠 일 없기를 바랍니다."
문제는 A씨가 B씨에게 보낸 메일에 대해 검찰이 나섰다는 점이다. 검찰은 A씨의 행위가 B씨를 협박했다고 보고 협박죄를 적용했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협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해악을 고지하는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 '행위'가 협박행위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행위의 외형과 행위에 이르게 된 계기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된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이같은 종합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 중 '피해보상'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권리행사를 예고한 것에 불과하고 '교훈을 주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없었다고 봤다. 그나마 '창피를 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B씨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하는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이메일의 내용은 B씨가 고양이를 유기한 것으로 의심한 나머지 A씨가 흥분해 단순히 일시적 분노를 표시하면서 고양이를 구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것에 불과하다"며 "해악을 고지한다는 인식을 갖고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협박행위, 협박의사 인정여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협박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증거판단 잘못에 따른 자의적 검찰권의 행사"라며 "이번 기소유예 처분으로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A씨의 경우에는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됐지만 반려동물로 인한 갈등으로 형벌이 선고된 경우도 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과정에 동물병원 관계자의 과실이 있었다고 오인하고 온라인으로 수차례에 걸쳐 명예훼손를 한 사례다.
C씨는 약 10년간 키우던 애완견의 건강이 악화돼 2011년 충북 소재 한 동물의료센터에 입원치료를 맡겼다. 이 애완견은 전이성 폐종양 진단을 받고 1주일만에 죽었다. C씨는 해당 동물의료센터가 애완견에 대해 실험과 학대를 했기 때문에 애완견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센터는 애완견에 대해 방사선 촬영과 흉수제거 등 검사를 한 후 폐종양 진단을 내린 후 곧 퇴원조치를 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C씨는 지상파 방송국의 동물프로그램이 운영하는 인터넷 게시판에 "(동물센터가) 내가 키우던 강아지에게 밤새 폐에 물을 넣고 실험과 연구를 해서 1주일간 강아지가 진통제로 연명하다 죽었다"는 내용의 글을 10여차례에 걸쳐 올렸다. 재판부는 C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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