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해진 기간 안에 정기적성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을 받지 않아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A씨는 몰랐다고 이야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면허가 취소된 후 2주 정도 지난 상태였다. A씨는 면허취소처분이 이루어졌다는 통지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경우에도 A씨는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경우 A씨는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 어째서 그럴까.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받지 않았거나 운전면허를 딴 사람이더라도 그 효력이 정지된 사람의 운전은 금지돼 있다. 또 제1종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은 10년 후 적성검사를 받으면서 운전면허를 갱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운전면허를 갱신하지 않은 경우에는 1년이 지나면 면허 자체가 취소된다. 이 기간을 놓쳐서 A씨의 운전 면허가 취소된 것이다.

면허가 취소됐는데도 운전을 한 것은 관련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 경우에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형법의 대원칙 중 하나인 '죄의 성립 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다. 이것을 고의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을 때는 그 범죄를 저지른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단 얘기다.

유사한 사례에 대한 판결도 나와 있다. 대법원 재판부는 "유효한 운전면허가 없음을 알면서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에만 성립하므로 기존의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했더라도 운전자가 면허 취소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이상 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운전면허취소통지에 갈음해 적법한 공고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공고만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운전자가 그 사정을 알았는지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4도6480 판결)

박대영 변호사는 "판례의 취지는 취소사실을 몰랐던 경우라면 고의가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나, 실제로는 몰랐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례에서 A씨는 자신의 면허가 취소됐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므로 당연히 무면허운전을 하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처벌을 받지 않는단 얘기다.

다만 A씨가 정말로 면허가 취소됐는지 모르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적성검사통지서를 가족이 받았고 A씨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경우에는 A씨의 동거인인 가족이 대신 적성검사통지를 받은 것이기에 A씨가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 적성검사통지를 받고서도 적성검사를 받지 않아서 면허가 취소됐다면 A씨는 무면허운전으로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