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1)./사진=뉴스1

지인 회사에 특혜를 주고 억대 금품을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1)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힘이 빠진 저에게 세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전 행장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나와 심경을 묻는 말에 "지난 8월 압수수색을 받고 넉달 동안 너무 힘들었다"며 "평생 조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일한 제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새롭게 드러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더 할 이야기는 없다"며 "법정에 가서 이야기하겠다"고만 답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강 전 행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9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 전 행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알선수재,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검찰은 지난 28일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플랜트설비업체 W사에 490억여원을 부당 대출해준 혐의를 추가했다.

이 업체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에 위치한 회사로, 신용등급이 낮아 산은에서 대출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강 전 행장은 2012년 11월 원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민원'을 받고 이 업체에 대출을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또 강 전 행장의 개인 비리와 대우조선 경영비리 관련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영장에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강 전 행장은 △고교 동창인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68)으로부터 1억원이 넘는 돈을 받고 한성기업과 관계사 등에 270억원의 특혜성 대출을 내준 혐의 △한성기업이 5억원을 투자했던 바이오기술업체 B사를 지원하도록 대우조선에 압력을 넣은 혐의 △같은 종친회 소속 강모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 W사가 대우조선으로부터 50억원어치 일감을 몰아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