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탄핵 각하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7.3.9/뉴스1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내 한 식당에서 열린 여야 중진의원들과의 오찬에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과 악수하고 있다. 2017.3.9/뉴스1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마침내 10일 최종결정 D-데이를 맞았다.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의 결정 선고가 나면 석달간 이어졌던 박 대통령 탄핵 정국은 일단락된다. 조기 대선이든 박 대통령의 직무복귀든 다음 국면이 펼쳐진다. 탄핵 국면 이후를 대응해 나가려면 차분한 결과 수용이 전제돼야 한다. 정치권 또한 갈등 조장보다는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9일 여야 중진급 국회의원 10여명과 긴급 오찬회동을 가졌다. 정치권이 과격 일변도로 흐르지 않게 오피니언리더급인 5선 이상 의원들이 의회에서 중심을 잡아달라고 당부하기 위해서다. 정 의장은 오찬에서 "지금까지 우리 대한민국이 정지돼 있었다면 이제는 다시 내일(10일)을 기점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재철 국회부의장(자유한국당), 박주선 국회부의장(국민의당),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등이 참석해 이같은 뜻에 공감했다. 여성으로는 각각 4선인 민주당 박영선·한국당 나경원 의원 등이 동석했다.

정 의장은 기자들에게 "모두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통합된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혹시 있을 수 있는 이런저런 집회에 대해선 정치인들이 참여를 자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그런 시위보다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적극 나서서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지난해 말 이후 전례없는 혼란을 겪었다. 거리에선 주말마다 촛불(탄핵인용)과 태극기(탄핵반대) 집회가 팽팽한 긴장을 연출했다. 정부의 주요 정책이나 의사결정, 국민 경제생활은 일시정지 상태였다. 모두 '탄핵 이후'만 바라봤다. 심판 결과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이 서둘러 정상궤도에 올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게다가 헌재 결정이 여론을 다시 극심한 대립의 소용돌이로 빠트리는 일도 막아야 한다. 이날 결정으로 박 대통령이 파면되느냐 직무에 복귀하느냐가 달라지면 적잖은 후폭풍이 닥칠 전망이다. 대선 시기에 따른 각 당의 셈법, 3월 국회의 각종 입법 논의도 영향을 받는다. 헌재를 숨죽여 지켜본 국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지도 결판난다.

대선주자들도 약속한 듯 9일 하루 공세적 행보를 멈췄다. 일부는 공개일정 없이 헌재 결정을 기다렸고 일부는 종교계를 방문했다. 조계종 종정 자승 스님은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의 예방을 잇따라 받고 "치유와 통합의 길을 잘 가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들의 성숙한 의식도 요구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헌법 절차대로 탄핵이 진행됐다면 그 결과도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자세"라며 "헌재 결정을 부정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헌법을 부정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법치주의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