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 /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추석 전에 검찰개혁 얼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이후 국회가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법안 6건을 법안소위에 상정했고 오는 28일 공청회를 연 뒤 법안심사에 돌입한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기소권한을 어떻게 나누고 이를 어떤 기관이 담당하게 할지에 대한 새로운 설계다. 형사사법체계를 근본부터 바꾸는 것이다. 여당의 발의안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해 검사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국가수사위원회가 수사기관들을 통제·조율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 국민들에게 직접적이고도 큰 영향을 미치는 형사사법체계를 사실상 새로 만드는 만큼 조직개편 방향, 사법통제 방안, 수사역량 유지 등 주요 쟁점들이 입법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추석 전 처리 가능한가…졸속논란?, "이제는 마무리해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27회 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첫 번째 쟁점은 속도다. 추석까지 2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검찰개혁 관련 조직개편을 마무리짓겠다는 것이 여당의 구상이다. 하지만 야당에선 졸속입법이라며 사법개혁특위 구성 등 보다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검찰개혁의 골자인 수사·기소분리 문제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부터 제기됐음을 거론하며 "이제는 매듭지을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밤샘 논의를 해서라도 서둘러 개혁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사위 소위에는 중수청·공소청·국가수사위원회 등 조직개편 관련 법안이 상정됐을 뿐 세부적인 수사권한 조정과 수사절차 관련 법이 담길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조직개편 입법을 서둘러 마무리한 뒤 유예기간 동안 후속입법으로 수사권 관련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당이 속도전을 강조하는 것은 추석 이후 정치일정 때문이다. 10월부터 국정감사와 예산심사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내년 초부터는 6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국면에 들어가는 만큼 입법동력이 빠르게 약화할 수 있다.
중수청은 기정사실, 국수위는?…조직개편 어떻게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여야는 2022년 4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와 관련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한시적으로 규정 △중수청 논의 및 중수청 출범 시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 △중수청 신설에 따른 다른 수사기관의 권한조정도 논의 등을 합의했다.

법무부와 검찰 내에서도 이 같은 여야 합의를 고려해 중수청 설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공소청 역시 기존 검찰이 수행 중인 기소·공소유지 기능을 맡는 기관이라 제도 정비만 이뤄지면 현실화는 어렵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수위의 경우 수사기관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민주당이 새로 제안한 조직으로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사법기관이 아닌 정치권력이 국수위를 통해 수사기관을 통제할 수 있고 자칫 수사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려 범죄에 적시 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의견 등이 나온다.
수사역량·사법통제 공백은 어떻게 메울까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진=뉴시스

수사·기소 분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수사역량 저하, 사법통제 약화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우선 중대범죄수사를 맡을 신설기관에 수십년간 노하우가 쌓인 검사들을 어떻게 유인할지다. 이들을 유인할 인센티브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이 제시된 적은 없다.

또 공소청이 경찰이나 중수청이 송부한 사건기록만으로 기소여부를 판단하고 공판을 수행할 경우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의견도 많다.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통제가 약화하면 위법수사, 증거누락 등 결정적 하자를 고치기 어려워지고 이는 무죄율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공소청에 보완수사요청권 뿐만 아니라 직접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수사·기소분리 원칙을 깰 수 있다는 반론도 상당해 국회서 치열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