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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직속 법원행정처가 판사의 비위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이를 덮고 넘어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장으로의 과도한 권한 집중과 무관치 않은 문제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사법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2015년 5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하던 중 당시 부산고법 문모 부장판사가 건설업자와 유착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 건설업자는 조 전 청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었다.
문 판사는 2011~2015년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수십차례 골프 접대를 받았고 검찰 수사와 관련해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 판사가 정씨 및 그의 변호사와 함께 룸살롱에도 함께 간 사실도 파악했다.
이에 검찰은 조 전 청장과 정씨를 기소하며 문 판사의 비위 사실을 대검에 알렸고, 대검은 절차대로 법원행정처 관계자에게 문 판사와 관련된 서류를 전달했다.
법관이 피의자를 만나 조언을 해주거나 접대를 받는 것은 징계사안이다.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감찰이 시작되면 판사는 감찰이 끝나기 전까지 사직을 할 수 없고, 징계가 이뤄질 경우 변호사 개업에 있어서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애초에 징계 절차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징계 절차를 밟기 위해선 해당 사건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서 검토해야 하는데, 윤리감사관실에는 서류조차 넘어가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윤리감사관실에 접수도 되지 않았다"며 "해당 법관이 소속된 법원장을 통해 문 판사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엄중 경고'로 형사처벌이 될 수도 있었던 사안을 덮어준 셈이다. 결국 문 판사는 단순히 경고 조치만 받고 무사히 변호사로 개업할 수 있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알았다면 제 식구의 비리를 덮어준 것이 되고, 몰랐더라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대법원장의 인사권한 축소 등 사법개혁이 한층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공식적으로 법원에 통보할 정도면 비위가 중대했던 것"이라며 "법원이 이를 경고로 마무리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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