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eoimage] 임준선기자 =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전경. 2017.03.10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의료기관이 정부에 비급여 진료내역과 진료비용을 보고하도록 한 의료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치과의사 김모 씨를 비롯한 의료기관장들이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 등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시치과의사회와 서울시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등 의료단체는 기존에 병원급 의료기관만 비급여 진료비용의 현황분석 결과를 공개하도록 한 의료법 조항이 2021년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되자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의사의 양심의 자유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장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비급여 진료비용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복지부 장관은 이를 토대로 비급여 관련 현황조사와 분석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

헌재는 지난해 공개변론을 열며 사안을 심리, 비급여 진료비 보고와 공개 모두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다수 의견을 형성한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그동안 비급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보고 의무 조항은 과도한 비급여 진료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의료기관을 감독해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고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해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는 해당 정보가 누구에 관한 것인지를 특정할 수 있게 하는 환자의 개인정보는 제외된다"며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의료정보 가명처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비급여 진료가 급여 진료와 병행해서 이뤄지는 의료현실의 특성상 단순히 가명처리한다고 해서 누구의 진료정보인지 식별 불가능하게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환자의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이들 재판관은 "수집한 자료를 본래 수집한 목적, 범위 내에서 제대로 이용하는지 감독할 법적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보고 의무 조항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 한계와 무관한 사적 진료계약 영역까지 국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오히려 의료 수준이 저하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개정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구체적인 보고 대상을 복지부가 고시로 정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헌재의 합헌 결정에 따라 그동안 고시 부재로 시행되지 못한 보고 제도가 조만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