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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사망 사고' 45초 후 돌아온 운전자…뺑소니 무죄 이유는

[theL] 재판부 "스스로 사고 현장으로 뛰어가…도주 의사 단정 어려워"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2일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서울 언북초등학교에서 13일 학생들이 사고현장을 지나며 등교하고 있다. 2022.12.13.
서울 청담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도로에서 만취해 차를 몰다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뺑소니)·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남성 A씨(40)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도주치사 혐의를 무죄로, 나머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스스로 사고 현장에 달려간 점 △목격자·학교보안관·경찰관에게 자신이 사고를 낸 운전자라는 사실과 차량 위치를 알린 뒤 음주 측정 요구에 응한 점 △현행범으로 체포될 때까지 이탈하려고 시도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A씨에게 도주치사죄의 요건 중 하나인 '도주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도주할 의사가 있었다면 금방 발각될 자택보다 먼 곳으로 갔을 것"이라며 "블랙박스 영상에선 A씨가 주차장에 진입해 별다른 조향 없이 가장 가까운 주차칸에 주차한 뒤 주차장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죄 부분에 대해 "A씨가 사고 현장 주변에 상당 기간 거주하며 어린이보호구역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도 음주운전을 해 죄질이 나쁘고, 최초 수사 과정에서 음주량 등을 허위로 진술한 점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4시57분쯤 서울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앞 스쿨존으로 지정된 1차선 일방통행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다 차량으로 초등학생 1명을 쳤다. 사고 당일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28% 상태로 차량을 약 930m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돌 이후 A씨는 약 21m 떨어진 자택에 차량을 주차한 뒤 사고 현장으로 돌아갔고, 이 과정에서 45~48초가 소요됐다. 그사이 사고를 목격한 행인이 주변 상인에게 도움을 요청해 119에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 학생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앞서 검찰은 이달 2일 결심공판에서 A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A씨와 변호인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도주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방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사고 현장을 찾아 검증절차를 주재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 18일 3억5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다만 유족들은 공탁금을 수령하지 않았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 B씨는 이날 선고공판을 방청한 뒤 취재진에게 "공탁금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내가 대응할 시간도 없이 공탁한 건 (형량에) 안 좋은 영향이 미쳐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씨는 이날 "목표는 재발 방지"라며 "검찰의 항소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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