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핀잔을 줬다는 이유로 즉석 모임에서 만난 이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설범식)는 지난 23일 살인,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기간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렸다.

A씨의 형량이 늘어난 것은 의식불명이던 피해자 B씨(20대·남)가 지난 5월 치료 중 사망했기 때문이다. A씨는 1심에서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2심에서는 공소장이 변경돼 살인 등의 혐의로 선고받았다.

A씨는 2심에서 "술에 취해 평소 앓고 있던 분노조절장애, 충동장애 등이 발현돼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또는 법리 오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적이나 언동에서 술에 만취한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음주로 인해 평소 앓고 있던 정신질환이 발현돼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음주의 영향과는 무관하게 다른 자극에 의해 피고인의 심신미약 상태를 초래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수법, 결과의 중대성 등에 비춰보면 심신미약을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형을 감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술집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나 술을 마시던 B씨를 5분간 80여 차례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인근 매점에서 로또를 구매하려던 중 B씨가 "무슨 로또냐 담배나 사라"며 욕설을 섞어 말하자 주먹과 가게 안 유리병 등을 이용해 B씨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학창 시절 '극진공수도'를 6년간 배워 관련 대회에서 입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안면부 다발성 골절 등으로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지난 5월 병원에서 치료받다 결국 숨졌다.

법정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 검사에서 27점을 기록했다. 이는 위험도 '높음' 수준으로 연쇄살인 혐의로 사형을 확정 판결받은 강호순과 같은 수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과거와 같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범행은 A씨의 알코올 의존증,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등 정신과적 질환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