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명백하게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가 앞장서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는 대법원장의 사조직이 아니며 대법원장의 정치적 신념에 사법부 전체가 볼모로 동원돼선 안 된다"면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도 SNS(소셜미디어)에 "조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 사법 독립을 위해서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12.3 내란에는 침묵하고 대통령 후보 바꾸기를 획책하더니 내란심판에는 '재판독립'을 운운하는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여권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는 위헌성이 짙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매우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여권의 사법부를 향한 압박이 대법원장 사퇴 이외에도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추진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현 여당이 전무후무한 거대 의석을 가진 여당이라는 점에서 사법부로서는 더 큰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이 사법부 수장에게 사퇴를 요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대법원장은 헌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사람이다. 특별한 잘못도 없이 대법원장을 사퇴시킨다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민주주의 법치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이 의견을 덧붙인 것과 관련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추 의원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고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도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 대변인은 이후 "이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은 오독이고 오보"라며 "삼권분립 및 선출 권력에 대한 존중감에 대해 원칙적 공감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은 본인들이 사법부 위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국민들의 주권을 잠시 빌린 사람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는 지난 12일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 이후부터 거세졌다. 전국 법원장들이 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해 신중론을 내세웠다는 점에서다. 조 대법원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에 대해 "어떤 게 가장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게 대법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