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사진=뉴시스

국가유공자 유족이 법 개정 내용을 몰라 국가 지원을 받지 못했어도 이를 국가의 잘못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9단독 김회근 판사는 6·25 전사자 A씨의 딸 B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 2월28일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A씨는 6·25 한국전쟁 당시 방위군으로 참가해 1951년 3월 전사했고, B씨는 군사원보호상법에 따라 전몰군경 유족으로 등록됐다.

B씨는 성인이 되면서 유족에서 제적됐다. 옛 군사원보호상법에 따르면 자녀의 경우 18세 미만까지만 유족으로 인정됐기 때문.

하지만 군사원보호상법이 폐지되고 새로 제정된 옛 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은 유족의 범위로 자녀의 경우 '출가하지 않은 자'로 확대했다. 이후 2000년에 새로 개정된 국가유공자법은 이 출가 제한 마저 삭제했다.

이를 모르고 있던 B씨는 2022년 경기북부보훈지청으로부터 안내문을 받는다. 법이 개정되면서 국가유공자 유족등록 신청이 가능해졌으니 다시 등록하라는 내용이다. B씨는 2023년 국가유공자 유족 재등록신청을 하고 2022년 3월부터의 6·25 전몰군경 자녀수당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B씨는 그간 지급받지 못한 보훈급여 1억8790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에 개정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급여수급권이 부활한 사람에 대해 권리 부활을 안내하거나 통지할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당 공무원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원칙적으로 법령은 관보에 게재하고 공포해 그 내용을 일반 국민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으며 국민이 새로운 법을 몰라도 그 시행으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강제력을 미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