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지난 6월11일 오후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두 딸의 명의를 빌려 전세를 끼고 수도권 빌라를 사들인 뒤 세입자의 보증금을 가로챈 이른바 '전세사기 세모녀' 사건의 주범과 분양대행업자들이 2심에서 감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성복)는 12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주범 김모씨에 대해 1심 각각 징역 15년, 10년에서 2심 각각 징역 10년, 5년으로 감형했다.

김씨의 두 딸에겐 부동산 실권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사기 등 혐의를 받는 분양대행업자들에겐 각 3~7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실질적인 자기 자본 없이 빌라를 수백채까지 연속으로 매입해 반환하지 못할 리스크가 있고 반환 채무 규모가 매수인인 피고인의 한계보다 월등히 넘는 걸 고지했어야 했다"며 "피해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같은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보증금을 받을 것을 기대하거나, 부동산 지대가 오를 것이란 기대하에 자기가 관리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로 임대 사업을 확장했다"며 "분양계약에 따른 판촉비 명목으로 리베이트 비를 지급하는 데 급급했다"고도 했다.

또 "피해자들은 적시에 피해금을 반환받지 못해 다른 전세사기와 비교해 피해 규모가 상당하고 피해자들이 대부분 사회 초년생으로 재산의 대부분이거나 전부였던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의 자유를 심각히 위협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감형 사유와 관련해 "고의나 조직적인 공모로 사기 범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범행으로 인해 편취한 금액은 거액이지만 피고인이 실제로 취득한 금액은 리베이트 금액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피해금에 대한 변제가 예상된다"며 "피고인의 노력에 따른 피해 복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손해가 실질적으로 회복됐다면 양형에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가 초범인 점도 참작됐다.

두 딸에 대해선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범행이 모친에 대한 소극적 수긍으로 보일 뿐"이라며 "크게 벌금을 초과한 전력이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김씨 등은 서울 강서·관악구 일대에서 임차인 355명으로부터 800억원에 육박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17년부터 30대인 두 딸의 명의로 수도권 빌라 500여채를 전세를 끼고 사들인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첫 번째로 기소된 사건으로 징역 10년을 받았다. 다만 검찰은 피해자 270명을 더 파악하고 이들에게서 612억을 가로챘다고 봐 추가 기소했다. 이후 지난 6월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