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청사/사진=뉴시스

서울시가 자체 계획에 따라 장애인 거주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퇴소시킨 것을 인권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 인권 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한 판단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A씨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했던 물리치료사로 해당 시설은 2013년부터 진행된 서울시의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 계획'에 따라 2018년부터 입소자들에 대한 퇴소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A씨는 2020년 8월 인권위에 "해당 시설에 거주하던 장애인 입소자 9명이 일방적으로 퇴소 조치돼 이들의 거주이전의 자유 등 인권이 침해됐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2021년 3월 해당 진정을 기각하는 내용의 1차 결정을 내렸다. 이들이 옮겨 가게 된 지원 주택의 질이 기존 시설보다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이후 A씨는 인권위 기각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심판위는 A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인권위는 최종적으로 A씨의 진정을 기각하는 2차 결정을 내렸다. A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가 및 서울시가 추진한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화 정책은 단순히 거주시설에서 장애인들을 퇴소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원주택으로 장애인들의 거처를 옮겨 다른 형태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장애인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그들의 자립 실현 및 지역사회로의 편입을 돕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정책에 따른 퇴소 조치가 그 자체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지원주택에서 거주하는 중증 장애인들의 인권이 시설에서 거주하는 경우보다 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피해자들이 자신이나 보호자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퇴소를 강요받았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