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재동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진행된 탄핵 심판 4차 변론에 출석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제3차 탄핵심판 이후 두번째로 헌재에 출석한 가운데 오늘도 정장차림에 빨간 넥타이를 메고 심판정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첫 번째 출석 때처럼 비상계엄의 당위성과 그 과정에서의 합법성을 주장했다. /사진=임한별(머니S)

검찰이 26일 윤석열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최대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입증이 재판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내란죄는 국가 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을 뜻한다.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 비상계엄 선포 행위를 폭동으로 볼 수 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국헌문란은 헌법 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하거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내란죄에서의 폭동은 공공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거나 국가 통치 체제를 전복하려는 집단적이고 조직적 폭력 행위로 해석된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국회 봉쇄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이 정황이 국헌문란 목적을 입증할 근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무장한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면서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 전화로 지시했다는 내용이 국회 봉쇄의 주요 근거로 꼽힌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선포 당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전화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국회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다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해 서버 반출을 시도한 점 등도 국헌문란 목적을 입증할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받았다는 쪽지에 담긴 비상입법기구 관련 내용 역시 비상계엄이 국회 해산을 목적으로 했다는 핵심 증거로 여겨진다. 쪽지에는 "국회에 각종 자금을 끊어라"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담겼다. 해당 쪽지 내용은 계엄 정국 하에 국회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별도 입법기구를 만들어 통치를 하려는 준비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밖에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군 병력 등이 국회에 투입된 것을 폭동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이 됐는지 여부가 먼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국회나 선관위 등에 군과 경찰이 투입된 것은 맞지만 이들이 실제 국가 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는지가 여러 정황과 증거들로 입증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이 청사 로비를 오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기로 결정했다. 2025.01.24.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에 국헌문란의 목적은 없었고 단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횡포에 경고를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 군 병력을 보낸 것도 최소한의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권력 남용으로 헌법질서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이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인만큼 이 권한을 행사한 것을 내란죄로 볼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윤 대통령은 23일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서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뜻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또 "오후 11시 비상계엄 선포 후 병력이 1시간 뒤에 투입됐고, (국회의원들이) 190명이나 국회에 들어가 새벽 1시에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했다. 이것만 봐도 (국회를) 통제하고 막지 않았단 의미"라고 말했다. 모두 비상계엄에 국헌문란 목적이 없었다고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이다.

사회적 시선이 집중돼 있다는 점,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다는 점,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이 진행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법원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당연히 범행의 고의성도 (입증이) 필요하지만 목적이라는 추가적이고도 주관적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며 "(법원이)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 요건 별로 쟁점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다. 법원 심리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이번 일이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 한 것인지부터 따져볼 것"이라며 "이 상태에서 대통령이 고의적으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을 가지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점이 의심없이 입증돼야 유죄 선고가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