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삽화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지난해 10대 대형 로펌 매출이 일제히 늘어난 가운데 일부 중위권 로펌의 경우 이른바 '네트워크형 로펌'에 매출액이 추월당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네트워크형 로펌이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YK와 대륜 등 네트워크 로펌이 지난해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YK는 2023년 대비 82% 증가한 154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기존 중위권 로펌으로 평가받던 지평, 바른, 대륙아주, 동인을 추월한 것이다. 이 네 법무법인의 2023년 매출액은 각각 1206억원, 1064억원, 935억원, 780억원이다. 이 밖에 2023년 700억원대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대륜이 지난해 1127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네트워크 로펌은 전통적 법무법인과 달리 여러 개 주사무소 분사무소를 두고 운영하는 형태다. 전국에 다수의 분사무소를 두고 온라인 홍보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다수 배출되면서 이 같은 형태의 네트워크 로펌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로펌들은 공격적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해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개인 형사 사건 등 소액 사건을 여러 건 맡는 형태로 성장해 온 YK는 최근 공격적인 전관 영입으로 기업 송무 및 자문 분야에서도 큰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륜 역시 기업 사건에 강점이 있는 변호사들을 영입해 다수 기업 사건을 수임한 것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존 대형 로펌들에서도 네트워크 로펌의 성장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에 "지난해 YK로 영입된 변호사들이 많다. 다양한 분야에 고문 등으로 자리를 채우며 네트워크 로펌의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다보니 외형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라며 "언젠가는 기존 법무법인들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네트워크 로펌들의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자문이나 송무 등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 온 기존 로펌들과 달리 네트워크 로펌은 구체적 방향성을 갖고 성장하기 보다는 개별 법률 사무소 등을 영입하는 등으로 갑작스럽게 몸집을 키웠기 때문에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2023년과 비교해 매출액이 10.4% 성장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4000억원대 기록한 광장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등 M&A 사건을 맡았던 것이 매출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5.5% 성장하며 3918억원을 기록한 태평양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분쟁에서 휴젤을 대리해 메디톡스를 상대로 최종 승소를 이끄는 등 국제분쟁 사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세종은 15.7%(3698억원) 매출 증가율을 보였는데 한미약품그룹의 주주 간 분쟁,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소송건 등 다수의 경영권 분쟁 사건을 맡은 것이 매출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평양과 세종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건에도 참여하고 있다.

화우는 10대 로펌 중 가장 높은 20.1%라는 성장률을 보여 지난해 2500억의 매출을 올렸다. 한앤코의 남양유업 인수 관련 주식양도 청구 소송,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임시처분 사건, ELS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것이 긍정적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10대 로펌 매출 순위/그래픽=김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