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려 경찰이 진압 통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사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구속될 때 법원이 공개한 구속영장 발부 사유다. 총 15자가 전부였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사법부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증거인멸 우려'라는 한 줄의 사유로 분노한 민심을 달랠 길이 없다"고 반발했다.

"혐의 소명에 관하여 본다…증거인멸의 염려에 관하여 본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사유)

법원이 2023년 9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밝힌 사유는 594자에 달했다. 이 때는 이례적으로 장문인 기각 사유가 공개됐다는 점이 논란이었다. 각 혐의별 소명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 여부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오히려 본안 재판에 예단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치권과 법조계가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장외 설전이 한동안 이어지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 등 법조계로 이목이 집중되면서 구속영장 발부 기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자신의 정치 성향과 불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오면 비난이 거세지는 식이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서 난동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에서 구속영장 결정 관련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판사는 △일정 주거 없음 △증거인멸 염려 △도망 염려라는 구속 사유를 심사하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 영장 발부를 결정한다. 문제는 '염려' '위험성' 등의 표현에서 볼 수 있듯 영장 발부 기준이 다소 주관적이고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 사례에서처럼 구속영장 발부 혹은 기각 결정 사유의 길이가 판사마다 들쑥날쑥하다는 점이다.

이에 구속영장 발부나 기각 사유를 현행보다 더 상세히 적고 대중에게 공개해야 설득력이 제고되고 의구심도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역시 독립된 재판인 만큼 누구라도 읽어보면 납득이 될 만한 논리 구조를 가진 사유가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검사나 피의자가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거나, 구속적부심 청구를 하기 위해서도 사유가 구체적으로 기재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판사가 구속영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판단 이유를 밝힐 경우 구속영장 절차가 수사와 본안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구속은 수사와 재판 절차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논리다.

대법원은 구속영장과 관련한 판단 이유를 기재하는 것은 판사의 재량이라고 설명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영장 결정 이유를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기재할 것인지는 담당판사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재판사항"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할 때 그렇게 판단한 주된 요소, 이유 등을 간략하게 기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조항은 구속력은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또 "사안에 따라서는 결론에 이르게 된 사실적·법률적 판단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런 경우에도 본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판중심주의에 저해가 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