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이날 윤 원장은 35년 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며 "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우리의 존재 기반이자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2025.2.7/사진=서울고법

35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퇴임하는 윤준 서울고등법원장(64·사법연수원 16기)이 퇴임사에서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우리의 존재 기반이자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윤 원장은 7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공정성·중립성이) 흔들릴 때 어김없이 정치권 등 외부 세력은 그 틈을 타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법원을 흔들고 때로는 법원과 국민 사이, 심지어 법관들마저도 서로 반목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장은 이날 "법원 가족으로 지낸 35년 동안 법원이 평온했을 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외부로부터의 시련도 있었고 내부로부터의 시련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에는 흥분한 폭도들이 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 일도 있었다"며 '서부지법 난동사태'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평생을 봉직해온 법원이 그런 참사를 당할 때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며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이 확고하였더라면 감히 그런 일이 있었을까 생각이 든다. 재판의 공정성과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믿음이 반석처럼 굳건하였다면 그런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과 법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법관이 재판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지 않도록 재판과 언행에 신중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어 30년, 50년 후를 내다보고 우리의 재판절차, 심급구조, 인적자원의 배치, 민원 시스템을 더욱 정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제가 35년간 법관직을 흔들림 없이 수행할 수 있던 것은 제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와 두 딸의 이해와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법관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불편하고 제약이 많았을 텐데 오랫동안 잘 견뎌내 주어서 고맙다"고도 덧붙였다.

윤 법원장은 1990년 춘천지법 강릉지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수원지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법원장 비서실장 겸임, 수원지법원장, 광주고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고(故) 윤관 전 대법원장의 장남으로도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