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늦은 밤 주점에 몰래 침입해 수백만원을 훔친 피고인이 "침입 당시엔 절도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가중처벌을 피하려 했지만, 대법원은 침입 시점부터 훔칠 마음이 있었다고 보고 야간주거침입절도죄를 그대로 인정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야간주거침입절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5월16일 오후 11시47분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주점의 비상 출입문을 통해 내부로 침입해 매장 카운터 포스기에 있던 현금 190만원을 몰래 가져가 절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21년 1월14일 서울북부지법에서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고, 같은 해 3월29일에도 서울남부지법에서 강제추행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쟁점은 A씨에게 야간주거침입절도죄(형법 330조)가 성립되는지 여부였다. 야간에 주거·관리하는 건물 등에 침입해 타인의 재물을 훔치는 경우 일반 절도죄보다 가중 처벌된다. 야간주거침입절도죄는 주거침입죄와 절도죄가 하나로 묶인 결합범이어서 야간에 침입할 때부터 훔칠 의도(절도의 고의)가 있어야 성립된다.

A씨는 '당초 주점에 들어갈 때는 절도할 마음이 없었고, 안에 들어가 포스기를 본 이후에 비로소 훔칠 마음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절도의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 주거침입과 절도죄만 성립한다는 논리다.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이 사건과 같이 야간에 주거침입죄와 절도죄가 모두 기수(완성)에 이른 경우, 절도의 의사가 주거침입 당시부터 있었는지, 아니면 주거침입 이후에 비로소 절취의 의사가 생겼는지를 불문하고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고의 시점과 관계없이 야간에 침입하면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야간주거침입절도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침입 당시부터 절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며 2심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가 처음부터 절도할 마음으로 주점에 침입했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므로 A씨 형량 등에 대한 2심 결론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시는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다만 이 점을 제외한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성립에 관한 다른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