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시스

대공 혐의자를 수사한다며 한 캠핑장 민간 숙박객들을 상대로 도청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판결받았던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정재오 최은정 이예슬)은 12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수사관 A씨 등 4명에 대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 A씨 등 국정원 수사관들은 2007년 제보자를 확보해 한 대학교 내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를 수사해왔다. 제보자는 2015년 3월 유급정보원으로 채용됐다. 이후 제보자가 2015년 7월 한 캠핑장에서 열리는 '지하혁명조직' 총화행사(신규 조직원의 적격성 확인 절차)에 참석한다고 보고했고 수사관들은 캠핑장에 비밀녹음장비를 몰래 설치해 5시간 분량을 녹음했다. 제보자에겐 휴대용 녹음기를 건넸다.

이후 제보자가 당시 수사 과정을 폭로하며 수사관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

A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조직원들이 아닌 일반인들의 사적 대화까지 녹음할 뜻은 없었으며 대화 녹음이 제보자의 적극적, 자발적 의사에 의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녹음장비 설치 역시 제보자의 요청에 따라 설치한 것이고 자신들이 대화 녹음의 주체라고 보기 어렵다고도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A씨 등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이고도 유일한 증거인 제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거나 일관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정성이 없어 제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제보자가 허위 또는 과장된 제보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고 진술이 객관적 증거와 모순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제보자가 월급과 격려금 등을 받던 유급제보자를 그만두게 되면서 보수를 잃게 되자 피고인에 대한 증거를 가짜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