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저작권자의 음원이 무단 사용된 사건에서 저작권 침해 행위가 종료된 시점을 특정할 때는 음원이 '삭제된 날'이 아닌 음원이 '마지막으로 사용된 날'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저작권 사용료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계산할 때 각 날짜별로 완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기준이 확립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최근 미국 뉴욕 소재 법인 '체스키 프로덕션스'가 국내 온라인게임 출시 및 유통 회사 한빛소프트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 중 원고가 승소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한빛소프트는 2006년 외주 개발사 조이임팩트에 A게임 개발을 의뢰했다. 조이임팩트는 개발 과정에서 A게임 일부 장면에 저작권자 체스키 프로덕션스의 음원을 무단으로 삽입했다. 한빛소프트는 A게임을 2008년 12월18일 출시했다.

한빛소프트가 2010년 조이임팩트를 흡수합병하면서 조이임팩트의 권리와 의무가 모두 포괄승계됐다. 2016년 5월 체스키 프로덕션스는 한빛소프트 측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음원을 사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한빛소프트는 해당 음원을 삭제했다.

이후 체스키 프로덕션스는 2021년 '한빛소프트가 저작권을 침해해 부당이득을 취했으므로 음원 이용료 4000만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저작권 침해 여부와 그로 인해 생긴 부당이득을 얼마만큼,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특히 사건이 발생된지 오래됐기 때문에 민사 소멸 시효를 언제부터 계산하느냐도 쟁점이 됐다. 민법상 10년 이내에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사라진다.

1·2심 법원은 저작권자인 체스키 프로덕션스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피고가 저작권자의 이용 허락 없이 음원을 사용해 이익을 얻었으므로, 부당이득반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게임 이용 형태와 기간 등을 고려해 반환금액은 약 2500만원으로 산정했다.

1심 법원은 특히 "음원 이용 전체 기간을 하나의 침해행위로 보고, 2016년 음원을 삭제한 시점을 청구권 발생 시점으로 삼으면 10년의 민법상 소멸시효 이내에 제기된 소송이므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같은 결론을 유지하며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저작권 침해로 인한 책임 자체는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원심 판결 중 소멸시효 관련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부당이득청구권은 게임이 출시된 날부터 음원이 삭제된 날까지 매일 발생했으며, 각 발생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개별적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소멸시효는 음악을 쓴 날마다 새로 시작되므로 이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2심은 2016년 음원 삭제 시점을 기준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일시에 성립한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침해행위가 매일 반복적으로 이뤄진 이상 매일 새로운 청구권이 생긴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기간에 대한 청구는 인정될 수 없으므로, 원심이 인정한 부당이득액 전체 중 시효 완성분을 특정해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다.

대법원 판결대로 '음악을 쓴 날'마다 소멸시효를 각각 따로 계산하면, 음원을 무단 사용한 측이 더 유리해진다. 예를 들어 10년 이상 지난 이전 날짜의 사용은 소멸시효가 끝났다고 볼 수 있으니, 그 부분만큼은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음악을 완전히 삭제한 날'을 기준으로 한 번에 청구할 수 있을 때보다 오래전 발생한 침해분에 대해선 청구가 막히게 되므로 불리해질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저작권 무단사용 등 지적자산 침해행위에 대한 부당이득청구권의 소멸시효 계산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침해행위가 종료된 시점에 하나의 청구권이 발생한다'는 단일 시점 관점이 많이 적용됐으나, 대법원이 이를 명시적으로 배척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소멸시효 기간 자체가 민법상 10년인지, 상법이 적용되는 5년인지 명시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부당이득청구권이 민법(10년) 또는 상법(5년) 중 어느 소멸시효에 해당하는지', '청구권 기산점을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부터로 볼 것인지' 등이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