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년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는 모습/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전원 일치'로 결정하기 위해 당초 예상과 달리 장고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가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시간을 쏟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들이 엇갈리는 의견을 낼 경우 사회 분열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헌재는 지난 4일 8명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 결정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2일, 지난 2월 25일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 이후 38일만에 내려진 선고다.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며 6대 2, 5대 3, 4대 4 등 그간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러 추측이 퍼졌는데 결국 헌재는 만장 일치로 탄핵소추 인용했다.

일부에서는 보다 신속한 결정을 내려 사회 혼란을 조기에 종식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얘기한다. 그러나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이란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일치된 결론을 내리자는 목표를 잡으면서 고민의 시간이 늘어났을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결정문을 살펴보면 탄핵소추 요건 5가지에 대해 8명의 재판관 모두 의견이 일치했지만 절차적 쟁점에선 재판관별 보충 의견이 나왔다.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느냐의 여부와 관련 정형식 재판관은 탄핵소추안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탄핵심판에서 검찰 조서 증거능력 인정을 제한하는 전문법칙과 관련, 김형두·이미선 재판관은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반대로 조한창·김복형 재판관은 이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각하의 여지가 있었고 일부 재판관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 것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도 있다. 이번 결정의 신뢰도와 설득력을 높이고 국민 통합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헌재가 가져야 한다는 주문이 많아서다. 사회가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극심히 대립하는 것을 보고 헌재가 심리 속도를 올리는 것보다 명확하게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란 얘기다. 진영과 관계없이 헌재의 이번 결정문을 '명문'이라 평가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헌재가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결정문을 가다듬는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헌법재판관별 판단/그래픽=윤선정

선고요지 말미에서 헌재가 탄핵소추인인 국회 측을 향해서도 대화와 타협을 주문한 것 역시 이번 선고가 사회 통합에 중점을 뒀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국회는 정부와의 관계를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하고,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국회 측과 윤 전 대통령 측을 두루 바라봤다. 그러면서 "국회와 윤 전 대통령 측 사이에 발생한 대립이 일방의 책임에 속하지 않고,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 문제"였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소수 의견을 낼 여지가 있던 재판관들의 장고가 깊어서 평의가 길어졌던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헌법재판관들이 분열된 의견을 내면 국민들의 갈등도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헌법의 목적이 '국민 통합과 평화'이므로 헌재가 가능한 한 이견을 조율해 통합적인 결과를 냈다고 본다"며 "만장일치는 헌법의 통합 정신을 제대로 구현한 사례로, 이번처럼 중대한 사안에서 만장일치 의견을 낸 것은 국민 통합과 설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