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나흘째를 맞은 7일 윤 전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퇴거 시점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탄핵 인용 이후 관저를 언제까지 비워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탄핵 인용 후 약 56시간 만에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이사했다. 사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머물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모습. /사진=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지 사흘째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물고 있다. 더이상 관저에 머무를 법적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퇴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파면된 대통령의 관저 퇴거 시점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헌법 및 법률 조항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파면결정 이틀 뒤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사저로 이동하는 등 일정기간이 관례적으로 주어졌을 뿐이다.

대통령 관저는 국유재산법상 국가가 관리하는 시설로 현직 대통령이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박 전 대통령 사례처럼 수일 내의 퇴거 지연은 경호 준비 등을 이유로 정당화됐지만 지나치게 퇴거가 늦어질 경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관저 관리를 맡은 대통령비서실 등에 퇴거조치를 지시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나흘째를 맞는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가 적막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스1

만약 이 같은 퇴거 요구에 불응하고 관저에 계속 거주하는 경우 형법상 퇴거불응죄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319조에 따르면 사람의 주거 등 건조물의 침입한 자를 처벌하고 그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을 경우 동일하게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퇴거불응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은 국가소유시설을 무단으로 점유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유재산법 위반에 따른 민사상 변상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경호인력 배치 등의 이유로 일정이 다소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경호와 사생활 문제 등을 이유로 공용주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저 대신 단독주택 같은 제3의 장소를 검토할 수 있어 퇴거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일단 대통령 당선 전 거주하던 서울 서초구 사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으로도 6개월여 사저에서 대통령실로 출퇴근을 했었다. 한남동 관저 공사 등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결정 직후 청와대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고발된 바 있다. 노동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다음날인 2017년 3월11일 그를 건조물침입(퇴거불응), 업무방해, 군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노동당은 고발장을 통해 "임기가 끝난 전직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퇴거할 의무가 있다"며 "탄핵 선고로 파면당한 대통령의 선례가 없고 관련 규정이 없다는 말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민간인 신분으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인 청와대를 무단점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