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 대통령, 내란 특검 첫 소환 조사 타임라인/그래픽=최헌정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소환 조사에서는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와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 방해 및 외환 혐의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사무실인 서울고검 청사에 머문 시간은 15시간이나 실제 피의자 신문을 받은 시간은 5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오전만 해도 협조적이었던 윤 전 대통령 측이 오후에 반발하면서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조사는 파행했다. 30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지면 파행 가능성이 높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 사무실이 자리한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한 시간은 28일 오전 9시56분쯤이다. 남색 정장에 흰 셔츠,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1층 입구에 도착한 윤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섰지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앞서 윤 전 대통령과 조은석 특검팀은 출석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특검팀이 체포영장 재청구를 시사하며 강경 대응하자 윤 전 대통령은 지하 주차장이 아닌 현관을 택했다.

조사는 오전 10시14분쯤 시작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에 적시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부터 조사했다. 특검팀에서는 사건을 수사해온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신문을 진행했다. 오전에 진행된 1시간 남짓의 조사는 별 문제 없이 진행됐다. 박지영 특검보는 "박 총경이 사건 수사를 처음부터 이끌어와서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있다"며 "특검 파견된 경찰 내 대표적 엘리트 수사통"이라며 치켜세웠다.

하지만 점심시간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이 조사자 교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윤 전 대통령 측이 앞서 박 총경을 고발한 만큼 피고발인에게 고발인이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윤 전 대통령은 대기실에서 대기하며 조사실 입실을 거부했다.

특검팀은 조사자 교체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경찰이 수사하는 것 자체에도 문제제기를 하는데 전직 대통령이라고 경찰 수사를 받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며 "경찰 제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변호인단이 허위 사실로 수사를 방해하는 정도가 선을 넘었다며 변호인들에 대한 수사 착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특검팀은 해당 부분 조사를 중단하고 오후 4시45분쯤 비상계엄 국무회의 의결과 외환 등 사건에 대한 조사로 넘어갔다. 조사는 김정국(사법연수원 35기), 조재철 부장검사(36기)가 진행해 오후 7시까지 이뤄졌다.

저녁 식사를 위해 조사를 잠시 중단한 특검팀은 오후 8시25분부터 다시 조사를 시작했다. 오후 9시50분쯤 피의자 신문이 종료됐고 윤 전 대통령은 3시간 가량 조서 열람을 거쳤다. 윤 전 대통령은 오후에 조사한 사항에 대해서는 서명·날인했으나 오전 조서에는 서명·날인하지 않았다. 박 특검보는 "(조사)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특검팀이 오는 30일로 윤 전 대통령 2차 조사 일정을 잡았지만 실제로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조사는 첫 소환 조사에서 미진했던 내용을 다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윤 전 대통령 측이 박 총경의 조사자 배제를 요구하고 있고 특검팀은 박 총경이 계속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어 두번째 조사도 파행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인 송진호 변호사는 추가 조사에 대해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당연히 적법한 소환에는 출석할 것"이라고 했다. 박 특검보는 "월요일(30일)에 출석할 것이라 믿고 있다"며 "아직 조사할 것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소환 횟수에 제한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다음달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부장판사 지귀연)에서 열리는 9차 공판기일에도 참석해야 한다. 내란 특검팀의 박억수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은 뒤인 지난 23일 8차 공판기일에 출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