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가 3일 전에 휴가를 신청하지 않아 휴가를 보낼 수 없다고 한 회사가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시내버스 운수업체의 특성상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3일 전이라는 휴가 청구 기한은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받은 시내버스 운수업체 대표이사에게 무죄 판단을 내린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시내버스 운전기사 A씨는 2019년 7월5일에 "7월8일 연차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단체협약상 연차 사용은 3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휴가를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A씨는 출근하지 않았고 대신 운전할 수 있는 예비승무원 등이 없어 관련 버스는 운행을 하지 않았다. 이후 시내버스 운수업체 대표이사는 근로자의 휴가 신청권 행사를 방해하고 근로기준법의 관련 조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근로기준법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측은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줘야한다. 만약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지 여부는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인원과 업무량, 근로자의 휴가 청구 시점,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 및 확보에 필요한 시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시내버스 운수업체의 경우 특성상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3일이라는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은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휴가에 관한 시기지정권을 박탈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장기간이 아니라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이라면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대법원 판례는 사측의 휴가 시기변경권 행사에 있어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를 판단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첫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