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비서실장을 지낸 '교단 2인자' 정모씨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통일교 신도들이 국민의힘에 조직적으로 입당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국민의힘 반발로 핵심 증거인 당원명부 확보에 난항을 겪고있다. 압수수색 영장도 만료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압수수색 대상에 당원 명부와 통일교 명부 비교 대조 방식에 대한 법원의 허가가 있었다"며 "협의가 안 되고 있어서 영장 재청구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13일과 18일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및 당원 명부 대조 작업에 대한 협조를 시도했지만 국민의힘 측의 완강한 저지로 무산됐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2023년 3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후보로 뛴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신도들을 당원으로 가입시켰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이 20대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친윤 핵심인 권 의원에게 전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검팀은 통일교가 교단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의 선물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특검팀은 이날 정모 전 통일교 천무원 부원장을 재소환했다. 지난 8일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된 이후 12일 만이다. 정 전 부원장은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국내로 귀국한 이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정 전 부원장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조직 내에서 2인자로 불린 인물로 윤 전 본부장이 전씨를 통해 고가 선물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날 전씨의 측근으로 이른바 '법조 브로커' 역할을 했던 이성재씨도 불러 조사했다. 그는 지난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씨는 2023년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김모씨로부터 5억원을 받고 전씨에게 김씨의 수사 무마·재판 편의 청탁을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투자리딩방을 운영하며 비상장 주식이 곧 상장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약 153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 의혹 관련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에 대한 2차 소환조사도 진행했다. 특검팀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가 2023년 대기업으로부터 이른바 '대가성 투자'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가 효성과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기업으로부터 투자금 184억원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의 친분을 이용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특검팀은 기업들이 오너리스크나 형사 사건에서 편의를 받으려는 의도로 투자를 집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오는 21일 만료가 예정된 김건희 여사의 구속 기한은 오는 31일까지로 연장됐다. 특검은 이날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를 들자 21일로 소환 일정을 조정했다. 김 여사는 21일 오후 2시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진료를 받은 후 특검 사무실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