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사진=뉴스1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구명로비' 의혹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가 폐기하려던 휴대폰을 확보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채 해병 특검팀의 정민영 특검보는 20일 오전 언론브리핑에서 "이 전 대표가 지난달 10일 압수수색 이후 같은달 15일 측근 A씨와 함께 한강공원에서 증거를 인멸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파손됐던 휴대폰에 대한) 복구작업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폐기하는 현장을 보고 있었고 촬영도 했다"며 "발로 (휴대폰을) 밟아서 연기가 날 정도로 파손이 많이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폐기하려던 휴대폰은 특검팀이 이 전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던 지난달 10일 당시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전 대표 측은 압수 수색 이후 임시로 사용한 휴대폰을 폐기한 것뿐 증거인멸 의도는 없었단 입장이다. A씨 측도 특검 조사에서 증거인멸 의도가 없었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이 전 대표가 지난달 10일 휴대폰을 압수당한 뒤 배우자의 휴대폰을 잠시 빌려 사용하다 새 휴대폰을 마련하면서 기존 기기를 폐기해달라고 부탁해 버린 것'이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증거인멸을 시도한 이후 같은달 24일 이 전 대표 측근 A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폰 여러 대를 압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 특검보는 "특검은 A씨의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해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이 전 대표 관련 구명 로비 수사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발생한 채 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당시 지휘관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친분이 있는 김건희 여사 등을 통해 로비했단 의혹을 받는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부터 염보현 군 검사(육군 소령), 조태용 전 국정원장(전 국가안보실장),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 최진규 해병대 포11대대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엔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을 불러 6번째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023년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한 당시 초동 조사 기록을 회수하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해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후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한 뒤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특검팀은 전날 조사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에 대해선 오는 21일 오전 10시 소환해 세 번째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