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 의정서를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체결, 비준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야당 의원들이 낸 권한쟁의심판이 각하됐다.

헌재는 26일 전병헌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27명이 낸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했다.

GPA에 가입하면 회원국들은 주요 정부 발주 공사입찰에 동등한 조건을 부여받게 된다. 이에 따라 국교단절 등의 정치적인 이유가 있더라도 가입국간에는 정부공사 입찰에 참여가 가능해 야당 의원들은 철도 민영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이를 반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1월 유럽 순방 당시 '한-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서 'GPA 개정안의 국내 비준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뒤 국무회의를 통해 이를 통과시켰다. 박 대통령은 이를 곧바로 재가했고 이에 야당 의원들은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이 국회의 권한침해를 주장하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부분기관이 자신의 이름으로 소속기관의 권한을 주장할 수 있는 '제3자 소송담당'이 허용돼야 하지만 현행법 하에서는 이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 구성원인 의원들은 국회의 조약에 대한 체결.비준 동의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의 대내적인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침해될 수 없다"며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어 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