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익산 할랄식품단지가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거기에 '이슬람사원'이 들어설 것이란 괴담은 사실이라 볼 순 없다. 다만 단지 조성 이후 입주 기업이 전문성을 가진 무슬림 직원을 고용할 수는 있다. 농식품부 산하 한국식품연구원에 3월 설치된 '할랄식품 사업단'에도 무슬림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익산 이슬람사원 괴담이 일견 종교간 다툼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종교와 관련없는 일반 네티즌들에게도 괴담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악플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정부주도 다문화정책으로 그간 억눌려 왔던 '다문화에 대한 반대의견'이 급속한 괴담확산의 이유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열린 '다문화 한국 10년의 정책과 실천 방안'이라는 학술대회에서는 의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7대~19대 국회에서 다문화가족지원과 외국인근로자 고용관련법안을 발의한 의원 63명 대부분이 여당의원이었다는 점이다. 정부 주도 다문화정책 추진시 복잡한 정부 입법절차를 생략해 여당의원을 통한 청부입법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보수 정당이 다문화관련 법안을 더 낸 것도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만의 특이한 점이다. 이자스민 의원이 새누리당 소속인 점을 보면 국내 정치에서 '다문화'가 갖는 독특한 위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유럽에서 보수당이나 극우 정치인이 반(反)다문화정책을 내걸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2000년경부터 시작된 정부 주도 다문화정책은 결혼이민자와 외국인근로자가 늘어나며 사회통합 차원에서 추진됐다. 농촌총각·저출산 그리고 저임금노동 인력부족 등 현실적인 필요도 있었다.

그런데 10여년 넘는 기간동안 정권이 바뀌는 가운데에도 바뀌지 않은 다문화정책에 대해 하나 둘씩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한 의문의 확산과 대중의 심리에 깔려 있는 외국인에 대한 반감 그리고 늘어나는 외국인 범죄에 대한 일반의 두려움이 '이슬람사원' 괴담을 확산시키는 추동력이다.

'이슬람사원' 괴담에서 보듯 이미 일부 대중들에겐 '무슬림'이 불편한 이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적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다름'에 대한 두려움과 충돌은 인간 본연의 심리·행동양식이다.

◇' 반(反)다문화' 감정…모른척 방치말아야

이번 괴담은 '정부주도' 다문화정책이 사실상 효력을 다 했다는 어떤 신호로 읽힌다. 앞으로도 사회통합과 국력 제고를 위한 다문화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해프닝이다. 국민들은 그간 다문화·이민자정책에 어떠한 의견도 제대로 모아볼 수 없었다.

지난 10여년간 국민들은 끊임없이 다문화정책의 '당위성'과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만 세뇌식 교육을 받아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엄연히 국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반(反)다문화' 감정을 모른 척 하고, 없는 것처럼 방치할 순 없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5년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개국 189만9519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3.7%를 차지하고 200만명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다문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합의'를 모으려는 노력없이 정부주도만 계속된다면 한국판 '르펜·트럼프'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