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사진=뉴스1

고 채수근 해병 순직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긴급구제 요청을 기각한 과정을 살피겠다는 것이다.

채 해병 특검팀의 정민영 특검보는 28일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순직해병 특검법상 채 해병 순직과 관련해 인권위의 직무 유기 및 직권남용 등 불법 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한다"며 "다음주부터는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최근 인권위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위원장(군인권보호관) 등 관계자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검팀은 다음달 1일 오후 1시30분 박광우 전 인권위 군인권조사국장 직무대리를, 다음달 3일 오후 1시30분 박진 전 인권위 사무총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다.

김 위원장은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에 관여했단 의혹을 받는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 사건을 전원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기각 처리해 다른 인권위 위원들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단 혐의도 받는다. 특검팀은 김 위원장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인권위 회의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해 박 대령 긴급구제 및 진정 사건을 기각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 특검보는 "인권위는 박 대령의 신청을 기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전원위원회에 박 대령 요청을 회부하지 않고 소위원회에서 이를 기각한 것이 위법하지 않은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등 관련한 의혹이 있어 그 부분을 들여다본다"고 했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 채 해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고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다 상관의 이첩 보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가 항명 등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다. 군인권센터는 같은해 8월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및 징계 중지, 국방부 검찰단장 직무 배제 등 긴급구제 조치를 취해달라고 신청했으나 인권위는 이를 기각한 바 있다.

한편 특검팀은 오는 29일 오후 1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다시 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달 31일 특검에서 한 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정 특검보는 "지난 조사 이후 새로 확인한 내용을 토대로 이 전 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며 "2023년 8월2일 상황에 대한 추가 조사가 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비서관은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채 해병 사건 기록을 회수한 2023년 8월2일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등과 소통하며 사건 회수에 관여했단 의혹을 받는다.

정 특검보는 "유 전 관리관을 여러 차례 조사한 것에 대해 (이 전 비서관을 상대로) 다시 또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