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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의 눈] 변협과 로스쿨

[the L] 변협 올해 추진사업·하창우협회장 신년사 '사시존치' 표현 빠져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열린 '한국법조인협회 법조화합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15.12.9/사진=뉴스1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이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앞에서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대한변협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이날 참가자들은 "대한변호사협회는 사시존치 입법로비 중단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공익 법률을 만들어 입법하라"고 주장했다.2015.12.29/사진=뉴스1

로스쿨과 대한변호사협회는 현재까지는 상극에 가깝다. 로스쿨은 태생부터 변협의 반대속에서 어렵게 도입된 배경이 있다. 도입이 논의되던 초기인 90년대부터 변협은 줄곧 로스쿨에 반대해왔다. 급격한 변호사 배출 증가를 막기 위해서다. 

참여정부에서 도입이 결정되고 난 뒤에도 변협은 로스쿨대책특위를 만들어 로스쿨 변호사 배출인원을 줄이려고 마지막까지 저항했고 지금도 그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 변협이 로스쿨평가의 전권(全權)을 갖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5년마다 한 번씩 이뤄지는 로스쿨평가의 주체가 변협이다. 정부가 십여년전 로스쿨평가제도를 만들 당시 사후평가를 담당하며 정원감축과 인가취소 등을 교육부장관에게 건의할 수 있는 로스쿨 평가위원회를 변협에 두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참여연대와 일부 의원들은 변협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 변협의 로스쿨 평가 독점에 문제제기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로스쿨 도입관련 입법에서 '원칙적 도입 반대'로 일관한 변협의 협조를 얻기 위해 평가기구를 변협에 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로스쿨제도 입법과정에서 변협은 '이익단체'로 기능해 '반대'를 계속했고 변협을 논의에서 배제하는 과정이 로스쿨 입법이 완성되는 과정이었다. 개원 8년차인 현재까지도 변협은 로스쿨에 적대적인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직역방어에 충실한 변협은 최근 법무사회·세무사회·변리사회 등과의 싸움에선 로스쿨을 앞장 세운다. 최근 변협은 변리사회와 구분되는 변리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들만의 단체인 대한특허변호사회를 새로 구성했다. 특허소송대리와 변리사자격증 자동부여 문제로 변리사회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 변협은 여기에 다시 로스쿨 변호사들을 끌어 들인다. 이공계출신 로스쿨 변호사 1725명이 쏟아져 나왔으니 지재권 전문성을 갖춘 특허변호사들이 넘쳐난다는 논리다.

변호사 사회에서만 쓰이는 용어로 '청년변호사'라는 게 있다. '청년변호사'라 하면 일반적으로 연령이 낮은 변호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변협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청년변호사 개념은 '변호사 경력 10년 이하 또는 35세 이하'의 변호사다. 2007년 청년변호사특위가 만들어지면서 생긴 분류다. 

하지만 현재 법조계에선 '청년변호사'는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 싼 정치적 용어가 돼 버렸다. 사법연수원 출신의 비교적 연차가 낮은 변호사들이 로스쿨과의 반목에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청년변호사'라는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쳥년변호사협회', '청년변호사연대'가 그렇게 쓰이고 있다. 

2013년 10월 변협에서 '청년변호사의 밤'이라는 행사가 처음 열렸다. 위철환 당시 협회장 등 변협임원진과 청년변호사 400명이 모였다는 이날 행사에 로스쿨 출신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행사자체가 연수원 35기~42기 변호사들을 위한 자리였다. 당시 변호사로 이미 활동하던 변호사시험 1·2회 3000여명의 변호사는 이 행사의 초청대상인 '청년변호사'로 분류되지도 않은 셈이다. 행사자체가 '사시존치'활동의 본격적인 준비를 위한 사전 모임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변협 2016년 계획엔 '사시존치'가 빠졌다. 이례적인 일이다. '사시존치'는 지난해 1월 위철환 협회장의 신년사에도, 3월 하창우 협회장 취임사에도 계속 등장했고 중요 과제로 여겨졌다. 그런데 올해 변협 중점추진 사업에는 빠진 것이다.

다만 하창우 협회장 올해 신년사에는 '사시존치'라는 표현만 빠졌을 뿐, "법조인 선발이나 양성에 관한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변호사 수를 줄여가겠다"는 표현도 나온다. 결국 '사시존치'라는 표현만 피했을 뿐 사실상의 사시존치 활동은 계속 하겠다는 얘기다.

'사시존치'라는 명시적 언급이 빠진 이유에 대해 지난 12월 9일과 12월 29일 로스쿨 변호사들과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의 집회가 영향을 줬을 것이란 시각이 있다. 당시 수 백명이 몰려와 역삼동 변협건물 앞에서 '하창우회장 퇴진', '변협, 사시존치 시도 중단' 등을 외쳤다. 

변협과 협회장을 상대로 한 이런 집단행동은 전에는 찾아보기 힘든 초유의 사태였다. 변협에서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결과적으로 '사시존치'라는 직접적 표현은 빠졌지만, 올해 역시 '사시존치'를 둘러싸고 변협과 로스쿨은 간단치 않은 지루한 싸움을 벌일 것이다. 이미 국회 법사위에 설치될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을 위한 자문기구 구성을 둘러싼 신경전도 만만치 않다. 

변협과 로스쿨의 긴장관계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을 위한 법률서비스 개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생산적이지 못한 법조계 내부 다툼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법률시장 3차개방이 시작된다. 과연 변협은 직역단체로서 국내 변호사 회원을 지키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했는지 지켜볼 일이다. 해외와 비교해보면 작디 작은 국내시장 파이만을 지키려고 로스쿨 배출 통로를 좁히는 데만 혈안이었던 건 아닌지도 의문이다.  

올해 말 다음 변협 협회장을 뽑는 선거전이 시작된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7500명으로 전체 활동 변호사의 약 40%에 임박한 상황에서 치러질 선거다. 이번에도 '반(反)로스쿨'을 기치로 다시 당선될 수 있을지 아니면 '친(親)로스쿨'을 내세운 후보가 당선되는 첫 선거가 될지 벌써 법조계에선 설왕설래가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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