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툭하면 '정비불량' 결항·지연…보상받을 수 있나

제주지역에 많은 눈이 내려 제주공항이 전편 결항된 가운데 24일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에 승객들이 종이상자를 펴고 잠을 자고 있다.2016.1.24/사진=뉴스1

최근 제주도 폭설사태로 인한 비행기 결항사태로 수 백명의 관광객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 들뜬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비행기의 연착 혹은 결항을 겪게 된다면 오랫동안 계획했던 여행은 엉망이 되기 마련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회사원 A씨는 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하고 여행을 떠났다.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을 앞둔 공항에서 귀국 비행편이 결항된 사실을 통보받는다. A씨는 이제나 저제나 속히 귀국할 수 있기만을 바랐지만 항공사의 당초 설명과 달리 다음날이나 돼야 귀국할 수 있게 됐다.

결항 자체도 문제지만 A씨와 일행은 비행기 결항으로 인해 뜻밖에 일정이 길어졌기 때문에 추가로 연차를 사용해야만 했고, 회사에 알리지 않고 연휴동안 해외여행을 떠난 사실을 직장동료들에게 알려야만 했다. 이런 뜻하지 않은 손해가 발생하자 A씨는 항공사를 상대로 연차를 사용하게되어 받을 수 없게 된 연차수당 및 결항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 발생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A씨는 과연 항공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A씨의 연차 사용에 따른 손해는 항공사로써는 미리 예측할 수 없는 '특별손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항공사는 고객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국내 항공사들의 운송약관은 대체로 항공편 스케줄을 변경가능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특히 '천재지변'이나 '안전확보를 위한 정비' 등의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출발의 지연은 명시적으로 '항공사의 책임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지방법원의 판례이기는 하지만 우리 법원 역시 정비로 인한 항공편 결항의 경우 항공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판결을 내린바 있다.

다만 항공편의 결항 및 지연으로 인해 연결항공편을 놓치는 등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항공사는 자체적으로 승객에 대한 보상을 하고 있으며 법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아닌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는 않아도 된다.

실제로 해외여행시 공연, 스포츠경기 관람을 위한 티켓 예매를 하고 출국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공편 사정으로 이런 예매권을 포기했다는 사연과 항공사에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는 이의제기를 한 결과 소정의 보상을 받았다는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가지 팁이 있는데 위와 같은 결항으로 인한 연박 등 추가비용은 속칭 '자유여행'의 경우엔 항공사가 부담하지 않는데 반해, '패키지여행'은 여행계약에 일정변경에 따른 숙식제공 등이 포함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여행사가 책임진다. 이번 제주도 결항사태에서도 패키지여행을 통한 여행자들은 여행사가 제공하는 숙소와 식사를 제공받고 귀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여행객들은 다소 여유 있는 일정을 계획하고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의외의 사태에 대해서도 순간의 노여움보다는 이성적인 대처를 하는 게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