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서 테러방지법안 법안에 '전부찬성'의견을 낸 검토의견서와 관련, 해당 의견서는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나 소속 변호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회칙 상 필요한 이사회 의결 거치지 않아 문제

변협이 해당 의견서를 보내면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안과 관련된 이사회는 개최된 바 없으며 지난 22일 개최된 상임이사회에서도 테러방지법안을 논의하지 않았음이 알려졌다.

변협이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보낼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회칙에 규정돼 있다.

회칙 제20조는 '이사회는 다음 사항을 의결한다'라고 돼 있고 의결 사항에 대해서는 △ 규정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 △ 사업계획의 승인에 관한 사항 △ 제5조에 의한 의견발표 또는 건의에 관한 중요 사항’이라고 정했다.

또 회칙 제5조는 '법령의 제정과 개폐, 법제도의 운영과 개선 기타 모든 분야에 걸쳐 제2조에 정한 설립목적에 비추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의견을 발표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번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견은 법령의 제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5조에 의한 의견발표 또는 건의에 관한 중요사항'이라는 제20조 제3호에 해당한다.

다만 해석을 '제5조에 의한 의견발표 또는 건의'에 관한 중요 사항인지, 아니면 '제5조에 의한 의견발표' 또는 '건의에 관한 중요사항'인지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전자의 해석으로 본다면 법안에 대한 의견발표를 할 경우 중요 사항일 때만 의결을 거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후자의 해석으로 본다면 이사회의 의결은 무조건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어느 쪽으로 보든 현재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의견이 중요 사항이 아니라고 보긴 힘들다. 결국 이사회의 의결이 없이 이루어진 변협의 법안 의견서는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를 무시하고 발표됐단 얘기다.

그러나 변협에 소속된 변호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공익인권 단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52명은 26일 공동성명을 내고 "새누리당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의견서를 낸 것은 대한변협 일부 집행부가 특정 정당의 법률자문위원으로 전락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의견서 제출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중요사항으로 보이는데 이사회를 열지 않고 내부 결정만 거친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의견서 내용도 '인권 보호'를 해야 하는 변협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2002년과 2003년에 국회로 법률안 검토의견을 제출하면서 거의 유사한 형태의 법률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전력이 있음에도 이번에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의견을 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의 강정규 회원이사(변호사)는 "대한변협의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견은 변협 구성원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은 의견 표명으로 대한변협 회칙 위반임이 명백하다"며 "변협이 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정치적인 행보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강 이사는 변협의 문서 번호에 주목해 "두 공문 번호가 모두 같은 번호다. 통상 국회의장에게 보낸 공문이 660호라면 새누리당 의원에게 보낸 공문은 661호 식으로 번호를 만들 것"이라며 "단순 오류일수도 있겠지만 문서 중 하나가 사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더불어 민주당 박범계의원은 "법제위원회 의결조차 생략한 채 엄청난 시비거리가 될 이런 무리수를 왜"라며 "빅딜설 소문이 돌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가?"라고 자신의 SNS를 통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