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과속하던 오토바이와 충돌해 사고가 난 택시운전자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신호와 정지선을 지키지 않고 운행해 사고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택시운전자 박모씨(64)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금고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박씨는 2014년 10월 새벽 서울 관악구의 한 교차로를 지나가다 운전자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멈춰섰다. 당시 박씨의 택시가 정차한 위치는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에 조금 못 미친 지점이었다. 박씨는 이후 조금씩 앞으로 운행해 신호등이 다시 초록불로 바뀔 무렵에는 이미 횡단보도의 중간지점을 통과한 상태였다.

이때 박씨가 주행하던 방향을 가로질러 오던 오토바이의 앞바퀴가 택시의 왼쪽 뒷바퀴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발성 장기손상 등으로 숨졌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에서 박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씨의 정지선 위반 과실을 사고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오토바이 운전자가 혈중 알코올 농도 0.102%로 취한 상태였고 시속 70㎞로 과속중이었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박씨가 정지선을 지키지 않고 신호를 위반한 행위에 고의는 없었다 하더라도 주의의무를 위반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교차로를 지날 때 정지선 신호위반 행위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운전자로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사고가 박씨의 전적인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도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박씨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