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의 눈] '사익' 앞세우려는 변협·의협…'공익수호' 공염불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혁투) 의사 회원들이 1월 3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에 난입해 추무진 의사협회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고,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를 비판하는 궐기대회를 가졌다. 그러나 행사 도중 현 의협 집행부 퇴진을 요구해 온 의혁투 회원들이 오면서 궐기대회가 파행을 겪었다. /사진=뉴스1

2015년 12월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열린 '한국법조인협회 법조화합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직역단체의 대표격이다. 의사와 변호사를 회원으로 하고 직역 보호가 최우선인 단체다.

초중고 사회교과서에 나오는 '이익집단'의 대표사례다. 직역단체 중 가장 힘이 센 집단이기도 하다. 이익집단인 의사협회와 변호사협회가 추구하는 '이익'은 '공익'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협과 변협이 직역단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할수록 우리 사회이익에는 보탬이 안 되는 경우도 생긴다.

최근 의협과 변협의 모습에서 이익집단의 역기능을 자주 목도한다. 직역보호를 위해 건전한 사회발전에 역행하는 모습들이다. 신해철법을 둘러 싼 논란에서의 의협과 사시존치를 최전선에서 추진하는 변협의 행태가 그렇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보비대칭'으로 절대적 약자이기 마련인 환자와 유가족은 병원과 의사를 상대하긴 버겁다. '입증책임'때문이다. 비전문가인 환자측이 의료인 과실을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시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환자측이 쉽게 이용가능한 제도는 '조정'이다. 소송까지 가려면 비용이 크게 들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조정'도 의사가 조정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행조차 못 한다.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이것을 '사망·중상해' 의료사고에 한해 조정절차를 자동개시토록 하자는 게 신해철법(예강이법)이다. 의사나 의료기관이 아닌 국민 대다수의 눈높이로 보면 신해철법은 통과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거의 없는 셈이다.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고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배출도 줄여 두 제도를 합해 연 1000명 수준으로 막자는 게 변협의 '사시존치 활동'의 민낯이다. 사시와 로스쿨제도에 대해 깊게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의 사시에 대한 향수를 이용하고 있지만 본질은 '법조인 배출 축소'다.

법조인 숫자증가가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이익이 되는지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만 법조인을 늘려야 공익에 부합한다는 합의가 로스쿨 도입 근거였다. 사시냐 로스쿨이냐라는 배출방법은 사실 문제가 아니다. 법조인을 늘리자는 게 사회적 합의였다. 그런데 변협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관되게 법조인 배출을 줄이자고 한다. 마찬가지로 의사숫자를 줄이자는 주장도 의협이 지겹도록 반복해온 레퍼토리다. 전문직 몸값이 떨어지는 건 해당 직역에게는 악몽이지만 국민 전체에겐 이익이 된다.

그렇게 직역 수호에 목숨 건 의협·변협도 의외로 '인권옹호'를 단체 설립목적 중 하나라고 자랑스럽게 내건다. 스스로 '이익집단'이지만 '공익수호'에도 나서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런데 두 단체의 활동 방향이 '공익'과 '인권옹호'에 가까웠는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국민 일반에 포함되는 기자의 시각으론 최소한 최근엔 전혀 그렇지 못한 것으로만 보인다. 우리 사회는 의사와 변호사 개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높은 권위를 부여해왔다. 과도한 교육열 탓에 직업으로서의 의사·변호사에 대한 선호가 유난히 높은 사회 현실도 반영됐다. 그만큼 인정받고 대우받고 살아온 게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의협·변협도 다른 직역단체와 크게 구분될 만큼 과도하게 권한을 누렸고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제 두 단체에 권한과 영향력을 계속 줘도 될런지에 대한 국민적 자각이 시작될 수 있다. 두 단체가 직역 이기주의에만 천착한다면 너그럽던 국민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받은만큼 베푸는 미덕'이 지금 두 단체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이다.

오히려 직역단체의 힘을 키우자며 의협이 변협수준의 '징계권'을 요구하고 변협이 변호사 등록·개업관련 업무를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위태로워 보인다.

두 단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직역을 대변할 국회의원 배출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중이다. 의사·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은 필요하다. 다만 전체 국민이 아니라 출신 직역만을 위해 일하고 이익집단에서 파견나온 듯한 의원은 국민에겐 재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