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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인천에서 수년간 친부로부터 학대를 받다가 한겨울 가스 배관을 타고 탈출한 11살 어린이. 부천에서 수년간 중학생 친딸을 하루에도 수십시간씩 때리고 학대해 결국 사망하게 하고 11개월 동안 시신을 방치한 부모.
연이은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식기도 전에, 이달 초 평택 어린이 실종사건이 보도됐다. "아이를 죽이지는 않았다" "술을 먹어서 아이를 버린 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부모의 말에 아동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던 국민들의 기대는, 지난 12일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동이 계모의 모진 학대를 받다 숨진 뒤 암매장 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여론은 계모를 살인죄로 처벌해달라고 들끓고 있다.
지난 2013년 발생한 울산계모 사건은 살인죄가 적용됐지만, 학대유형이 비슷한 칠곡계모 사건은 살인죄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는 '고의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갈렸다. 법원은 울산계모 사건에 대해서는 "아동에게 성인의 주먹과 발은 흉기나 다름 없고, 공격 부위도 치명적이었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지만, 칠곡계모 사건에는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4년 9월 29일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상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아동학대치사죄보다 더 무겁게 처벌된다. 이런 이유로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엄벌에 처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면, 처벌을 강화하면 아동학대범죄가 줄어들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아동학대범죄를 근절하는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아동학대는 학대로 사망까지 이르는 끔찍한 사건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타를 하거나, 추운 날 맨발로 집 밖으로 내쫒거나,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밥을 주지 않거나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아동학대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가정 내에서 은밀히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체적 학대로 인한 외상이 없는 정서적 학대의 경우, 학대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자녀에 대한 처벌을 훈육이라고 여기는 부모들의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는 2010년 5657건, 2011년 6058건, 2012년 6403건, 2013년 6796건, 2014년 1만27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4년여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유형별로는 중복학대가 48%로 가장 많았다.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를 함께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학대가 동시에 이뤄진다는 뜻이다. 또 방임 18.6%, 정서학대 15.8%, 신체학대 14.5%, 성학대 3.1%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81.8%는 부모였다.
학대 행위자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학대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개선 가능성이 있으면, 검사는 아동학대범죄특례법에 따라 아동보호사건으로 송치할 수 있다. 가정 법원은 학대 행위자에게 피해아동에 대한 접근금지나 감호, 치로, 상담, 교육 등 보호처분을 내린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검찰이 송치한 아동보호사건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57건, 지난해 1년 동안 311건으로 증가했다.
당장 아동학대범죄가 발생했을 때 처벌을 엄하게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동학대를 더 이상 개인적인 가정 내 문제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개입이 필요한 국가적 사회적 문제라는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영유아보육기관 종사자, 초중등교육기관 종사자 등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등 국가기관의 적시 개입을 위한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증가하는 아동학대사건에 대응알 수 있는 아동보호전문인력의 확보를 위한 국가적 지원도 필요하다. 아동학대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 및 지역사회의 유기적 협조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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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신진희 변호사(46·연수원 40기)는 지난 2013년부터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 제도는 아동학대·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법률 지원을 해 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의 피해자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2013년7월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생기면서 대한법률구조공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지금까지 500건이 넘는 관련 사건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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