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미저리' 중

자신을 스토킹한 남성을 살해한 여성에게 10년형이 선고됐다. 살해당한 A씨(43)는 우연히 B씨(23)를 알게 된 후 '사랑한다' '보고싶다'며 만나달라는 전화, 문자를 하고 집 앞에 찾아오는 등 6개월을 쫒아다녔다. 참다못한 B씨는 A씨에게 마지막으로 더이상 쫓아다니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B씨는 A씨를 20여차례 찌르고 경찰에 자수전화를 했다.

B씨에게 10년형이 선고됐다는 기사에 갖가지 댓글들이 달렸다. '사람을 죽였는데 고작 10년이냐'는 이야기도 있고 '스토킹을 당해 참다 못해 한 살인인데 정당방위 아니냐, 10년은 너무 무겁다'는 의견도 있다. '권력자는 무슨 짓을 해도 집행유예로 나오는데 힘없는 이들은 피해자인데도 10년이나 살고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나도 스토킹을 당해봤다'는 댓글이 적지 않다는 부분이다. '스토킹을 당하고 1주일만에 신경쇠약에 걸렸다' '무서웠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 '경찰에 얘기해도 둘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 댓글이 이어졌다.

스토킹 피해자에서 살인자로…'징역 10년'

살인죄는 징역 5년에서 무기징역에 이르는 중범죄다. 양형위원회 기준에 따르면 살인의 유형에 따라 형의 차이가 크다. 살인의 유형은 5가지로 나뉜다.

가장 형이 가벼운 1유형은 '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있는 살인'이다. 피해자에게 본인이나 친족이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당했거나 살해 위협 등을 받았을 때 해당한다. 기본 형은 4~6년이지만 심신미약, 범행을 할 만한 사유가 인정되면 3년까지 형을 낮출수 있다.

형이 가장 무거운 5유형은 '인명경시 성향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범행'으로 불특정 다수를 살해했거나 살해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2명 이상을 살해했을 때 해당한다. 기본 23년 이상, 무기형 이상 선고될 수 있다.

검찰은 B씨에게 수십차례 칼로 찌르는 등 A씨를 잔인하게 숨지게 했으니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고 변호인은 '살인에 이르게 된 동기를 참작해 달라'며 감형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한 점을 인정해 징역 10년을 택했다.

스토킹 신고해봐야 '벌금 8만원'

피해자였던 B씨 왜 살인자가 됐을까. 그 전에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을까. 신고를 해봤자, 또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를 심각한 범죄로 인식을 했더라도 스토킹을 멈추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