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사진=뉴스1

4.13 총선이 끝나고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정치인이 수사선상에 올랐는데요, 또다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선거 다음날 자정 기준으로 입건된 선거사범은 모두 1451명이고 이 중 104명이 당선자 신분입니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 같은 시기(1096명, 79명)보다 증가한 숫자입니다. 18대 총선(792명, 37명)과 비교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의원 중에 당선무효자가 속출할 지 지켜볼 일입니다. 16년 만에 형성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 변화가 생길 것인지도 관심사입니다.

총선 끝나기 무섭게 본격 檢 수사…10월13일까지 특별근무체제

검찰은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전부터 선거사범에 대한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선거범죄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라며 주요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엄정 대응 방침을 거듭 당부했습니다.

그런 검찰은 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14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윤종오·이철규 무소속 당선인 등의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다음날에도 박찬우 새누리당 당선인 선거사무소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 수사는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 총장은 총선을 두 달가량 앞둔 지난 2월 "17대부터 19대까지 세 차례 총선에서 모두 36명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선거범죄로 신분을 잃었는데 이들에게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기까지 평균 20개월이 걸렸다는 보고를 받고 충격이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신속한 수사를 강조하기 위해서인데요, 이에 따라 '부장검사 주임검사제'와 맞물려 검찰 수사가 속도 있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각 검찰청은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인 오는 10월13일까지 특별근무체제를 운영할 방침입니다. 일반적으로 선거당일 이후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적발되는 선거사범이 그 이전보다 많다고 합니다.

새로운 유형의 선거범죄 드러나…중점 수사 대상은?

검찰이 주목하는 것은 선거에서 나온 '거짓말'입니다. 검찰은 선거부정의 방법이 '돈'에서 '거짓말'로 이동한 추세를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선거사범 유형으로 늘 금품선거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이번엔 흑색선전이 더 높게 집계됐습니다. 여론조작 사범도 크게 늘었습니다.

104명의 당선자 중 흑색선전이 56명으로 절반 이상(53.9%)을 차지했고 금품선거가 23명(22.1%), 여론조작이 7명(6.7%), 기타 선거사범이 18명(17.3%)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작 사범은 19대 총선 같은 기간에 당선자 중 1명으로 집계됐었습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새로운 범죄 방식도 드러났다고 합니다. 후보자와 언론사 간부, 여론조사업체 대표가 결탁해 여론조사를 왜곡한 것입니다. 또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소문 효과를 노린 바이럴마케팅 방식의 여론조작 사건 수사도 진행 중입니다. 이처럼 앞으로의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범죄 유형이 계속해서 발각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20대 의원직 상실은 몇명일까…당선 무효 속출? 정치권 바짝 긴장

공직선거법상 당선인이 선거범죄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은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됩니다. 선거사무장이나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 후보자의 배우자 등이 선거 자금을 부정 수수해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았을 때도 당선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여의도는 바짝 긴장하는 상황입니다. 당선 무효 사태가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면 원내 제1당이 바뀔 수도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을,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을 얻었습니다.

19대 국회만 놓고 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은 모두 10명입니다. 수사 상황에 따라 20대 국회의원 중 당선무효자 숫자는 이를 훨씬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검찰은 "선거사범의 소속 정당, 지위고하, 고소·고발 취소 여부와 상관 없이 처리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향후 재·보궐선거 판도가 검찰 손에 달린 만큼 공정한 수사가 요구됩니다. 검찰의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을 국민은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