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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의 대표적인 요건은 산업상 이용가능성과 신규성, 진보성이다. 신규성은 해당 기술이 기존의 것과 다른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완전히 동일하지 않는 한 인정된다.
문제는 진보성이다. 법원은 이미 이뤄진 발명의 단순한 '집합'에 불과하면 아무리 기존 기술과 다르더라도 진보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조합'에 해당하면 창작의 수준이나 난이도를 따져 진보성을 인정하기도 한다. 이는 진보성이 없는 발명에 특허를 인정하면 특허권의 난립으로 오히려 산업발전의 저해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성과 관련해 쟁점이 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6.1.14. 선고 2013후2873, 2880 판결)이 있다. 통증 치료제 '리리카(성분명 프레가발린)'의 진통효과에 대한 의약용도 발명에 대한 것이다.
물품의 새로운 용도에 대한 발견을 '용도 특허'라고 하는데 이 사건의 의약용도 특허는 이미 프레가발린이라는 성분이 진통제로서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발명을 화이자가 특허로 등록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사 등은 화이자 의 특허가 무효라고 다투었다. 리리카의 진통효과는 이미 나와있는 논문 등에서 쉽게 도출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진보성이 결여돼 있다는게 골자다.
이런 주장에 대해 법원은 선행발명의 특정 부분을 통해 프레가발린이 뇌의 GABA 레벨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고 프레가발린의 진통효과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사항으로 진보성이 부정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기술자는 선행발명의 기재만으로 프레가발린이 뇌의 GABA레벨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실한 사실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상의 기술자가 프레가발린이 뇌의 GABA 레벨을 상승시킨다는 불확실한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이를 기초로 GABA 레벨의 상승이 진통효과를 가져온다는 추가적인 사실을 결합해 프레가발린의 진통 효과를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봣다. 결론적으로 화이자의 특허는 무효가 아니라는 얘기다.
특허법상 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특허법 제29조 제2항은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선행기술을 통해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일 때에는 특허를 받을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선행문헌을 근거로 진보성을 판단할 때 △ 해당 선행문헌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특정 부분이 아니라 전체에 의해야 하고,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항을 기초로 판단하고 △ 특정부분과 배치되거나 이를 불확실하게 하는 다른 선행문헌이 제시된 경우 그 내용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등의 기준을 적용했다.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불분명한 부분이 있지만 선행문헌의 범주와 그 판단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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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머스트노우 변호사는 기업분쟁연구소(CDRI) 출신으로, 기업 자문과 소송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 엘(the L)에 영업비밀과 보안문제와 관련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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