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패터슨 /사진=뉴스1

19년 전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아더 존 패터슨(37)의 항소심 재판에 에드워드 리(37)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사건 당시 한 장소에 있었던 두 사람은 1심 재판에 이어 2심에서도 진실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26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패터슨의 변호인이 신청한 에드워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에드워드가 사건 직후 수감생활을 할 당시 같은 방을 썼던 재소자 정모씨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맡았던 조사관 양모씨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패터슨 측은 에드워드를 증인으로 불러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재차 확인할 방침이다. 앞선 1심 재판 과정에서 에드워드는 당시 상황에 대해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패터슨의 변호인은 "에드워드가 유일하게 증언한 부분은 범인이 자신이 아니라 패터슨이라는 부분 뿐"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사건 직후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에드워드에게 거짓 반응이 나오고 패터슨에게 진실 반응이 나온 만큼 이 사건의 진범은 에드워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당시 한국어를 하지 못해 조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에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또 조사 당시 결박 상태 등 조건이 익숙하지 않아 거짓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패터슨 측은 조사관 양씨를 불러 당시 상황 등에 대해 물어볼 계획이다. 특히 패터슨도 같은 조건에서 조사를 받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재소자 정씨에 대해 변호인은 "에드워드가 수감됐을 당시 사건의 진상에 대해 정씨에게 한국말로 유창하게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증인 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패터슨은 이날 직접 발언기회를 얻어 "이 사건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진범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아 더 이상 가해자가 없는 상황에서 내가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은 앞서 두차례나 살인 혐의를 벗었다고 강조했다.

패터슨은 또 "내가 하지도 않은 범죄에 대한 공모자로 의심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한국에 와서 이번 재판을 받기 전부터 벌써 얼굴과 이름 등 모든 정보가 보도되고 마치 죄인인 것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졌었다"며 "이는 말도 안되는 일(ridiculous)"이라고 지적했다.

패터슨의 말을 들은 재판부는 "무슨 마음인지 심정이 어떤지 잘 들었다"며 "증인 신문 등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자"고 말했다.

이 사건은 1997년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모씨(당시 22세)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검찰은 조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등을 근거로 에드워드를 살인, 패터슨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모두 리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1998년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이후 검찰은 재수사 끝에 2011년 패터슨을 진범으로 지목해 기소했다. 증거인멸 등 혐의로 수감됐다가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패터슨은 이듬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지난해 9월 강제 송환됐다.

1심은 "에드워드와 공모해 패터슨이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공격한 경위, 피해자의 신체와 범행현장에 남은 혈흔 분석 등에 비춰보면 패터슨이 범인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한편 패터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31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