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여행사를 운영하는 지인이 의논할 것이 있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지인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이러했다. 여행사 소속의 가이드가 여행객들과 일정에 없는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가 숙소로 귀가하는 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몇 명의 여행객들이 부상을 당해 병원 신세를 지게 됐고, 이에 대해 회사에 배상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는 것. 여행사 대표는 정해진 일정도 아닌데다가 회사에 사전 보고도 없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 불법행위 직원 고용한 회사도 책임 있어…민법의 '사용자 배상책임'

사례와 같이 누군가에게 고용된 이가 업무 행위를 하다가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다면 고용한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민법 제756조에 있다. '사용자의 배상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756조 1항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해 놓았다.

여기서 말하는 '사용자'는 누군가를 고용한 사람 또는 법인을 말하고, '피용자'는 이에 고용된 사람을 뜻한다. 쉽게 말해 직원이 업무행위를 하다가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회사 또는 사장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현장책임자 등 사무를 감독하는 자도  배상의무자가 될 수도 있다.

사용자 배상책임은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구제가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피용자보다 변제자력이 있는 사용자에게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동조 3항에는 "사용자 또는 감독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다만, 통상적으로 피해자로부터 부담한 손해배상금 전부를 반환 받지는 못한다.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 구상권의 범위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 '사무집행' 여부가 쟁점…외형상 직무행위라면 배상 책임 인정될 확률 높아

사용자 배상책임의 성립과 관련 해 주로 쟁점이 되는 것은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요건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그것이 피용자의 직무범위에 속하는 행위이어야 할 것이나 피용자의 직무집행행위 그 자체는 아니나 그 행위의 외형으로 관찰하여 마치 직무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새겨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직무 행위나 외형상 직무로 봄직한 행위에만 사용자의 책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직무행위에 속한다 하더라도, 직무행위가 아님을 피해자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피해자가 알지 못한 경우라면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 실제로 증권사 직원이 개인 명의로 투자금을 받아 투자한다는 사실을 투자자가 알고 있었다면, 투자자는 증권사에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도 있었다.

한편, 동조 1항 말미에는 사용자가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는 배상책임이 배제될 수 있음을 명시해 놓았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자의 주의의무가 인정돼 책임을 면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직원에 의한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평소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함은 물론, 계약서에 주의 내용을 표기하거나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이를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구체적 방법이 될 것이다.

법무법인 전문 대표인 권성은 변호사(연수원 37기)는 과거 법무법인 세종에서 대기업과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M&A거래와 여러 유형의 기업 자문을 수행했다. 현재는 중소기업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