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을 비롯해 유아 간식 등을 생산하고 있는 한 회사는 최근 블랙컨슈머로 인해 큰 위기를 맞았었다. A씨가 온라인을 통해 주문한 이유식에서 쇳가루가 발견됐다며, 사진을 찍어 회사에 보내온 것. 그리고 직원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어대며 300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해 왔다. 

제조공정에서 쇳가루가 들어갈 수 없어 조사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응대하자,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리고 지역 언론에 제보해 회사를 압박해 왔다. 소문이 퍼져 다른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매출도 곤두박질쳤다. 그러던 중 우연히 A씨가 비슷한 수법으로 여러 업체에게 보상금을 받아 온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회사에서 이 상황에 대해 A 씨가 입장을 밝히길 요구하자 그는 말을 돌리며 회사와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한다. 커뮤니티에 올린 허위 내용도 모두 삭제된 상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일은 잘 마무리됐지만, 회사는 씻을 수 없는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됐다.

위의 사례처럼 보상금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제품의 하자나 서비스의 불만을 트집잡아 문제를 일으키는 블랙컨슈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이 많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3.4%의 기업이 블랙컨슈머를 경험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50%는 사실과 다른 악성비방 때문에 판매감소까지 경험 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컨슈머에 속수무책 당하는 중소기업 

사실 과거에는 진위여부를 떠나 문제가 확산되면 기업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을 해 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블랙컨슈머들의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과감해지면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블랙컨슈머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여기에 필요한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등 저자세로 일관하던 모습에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법적 대응도 불사하며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블랙컨슈머들은 중소기업으로 타깃을 돌려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별도의 법무팀이나 블랙컨슈머 전담조직을 두지 않고, 오랜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소송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교묘히 노린 것이다.  실제로 2013년 대한상공회의소가 203곳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블랙컨슈머 관련 대응 실태조사를 펼친 결과, 무려 83.7%가 ‘고의성을 알고 있지만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응답했고, 14.3%만이 ‘법적 대응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도 소극적인 자세에서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트집을 잡으며 보상금을 요구하거나 허위 사실을 온라인 등을 통해 확산시키겠다는 협박을 받게 되면, 공갈이나 사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형태가 될 수 있겠다.

◇민사소송으로 적극 대응… 블랙컨슈머 처벌규정 필요

A씨처럼 이물질을 고의적으로 넣은 후 금전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라면,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법원으로부터 인정되면 형법 제347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이나 언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활동을 펼친다면, 명예훼손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전혀 근거 없는 허위의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적시해 명예를 훼손시킨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거나 매장에 찾아와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항의가 부당한지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필요 이상의 보상금을 요구하거나, 협박이나 폭력 등을 행사하는 등 블랙컨슈머의 조짐이 확인이 되면, 즉각적으로 녹취 등 증거가 될만한 사항들은 모두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현재 블랙컨슈머에 대해 직접 적용되는 처벌규정은 없어 개별 행위에 대한 형사고소나 민사소송 형태로 밖에 대응할 수 없다. 따라서 블랙컨슈머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련이를 직접 규율하는 처벌규정 내지 특별법 등을 새로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규정이 신설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블랙컨슈머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전문 대표인 권성은 변호사(연수원 37기)는 과거 법무법인 세종에서 대기업과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M&A거래와 여러 유형의 기업 자문을 수행했다. 현재는 중소기업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