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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대식 파트너 변호사, 황현일 변호사 / 사진제공=법무법인 세종 |
최은영 전 한진해운(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전 미공개 내부정보를 활용해 보유주식을 매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비난여론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자본시장 관련규제도 연일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은 중요 미공개정보를 누출한 당사자와 이 정보를 처음으로 수령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 뿐 아니라 2차, 3차 이후 단계의 정보수령자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담았다. 시세조종에 대해서도 종전에는 매매유인 등 목적성이 인정돼야 처벌할 수 있었으나 개정 자본시장법은 목적성이 없더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자본시장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규제체계도 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규제가 강화된 이후 부작용도 있었다. 시장에서는 강화된 규제의 시범케이스로 걸릴지 모른다는 이유로 몸을 사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투자자들에게 분석정보를 알리던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다물었고 자사의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알려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은 IR(투자설명) 담당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증권사나 운용사는 기업탐방 자체를 한동안 금지시켰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규제환경의 변화로 과거에 비해 처벌이나 제재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가 많아졌으나 무조건적인 위축은 사업이나 투자기회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규제가 처벌·제재 대상으로 삼는 행위의 구체적인 구성요건 등을 면밀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로펌가나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증시규제의 트렌드를 분석해 미연의 법령 위반을 방지하는 동시에 과도한 심리적 위축을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법무법인 세종이 금융투자협회와 공동으로 이달 중순부터 7주간 과정으로 진행 중인 '금융투자업 법무실무 전문가를 위한 이브닝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다.
이 과정은 자전거래나 채권 불법파킹, 시장질서교란행위 등 최근 금융투자업자 관련 검사·조사 이슈를 실제 케이스를 바탕으로 다루는 한편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유형과 법원 판결동향 등 자본시장 참가자들이 실제 맞닥뜨리는 다양한 케이스를 다루고 있다.
강사진도 화려하다.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다양한 불공정거래 사건을 처리한 이력을 자랑하는 김대식 파트너변호사를 비롯해 13년간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조사국, 분쟁조정국, 민원조정실 등에서 실무경험을 갖춘 정찬묵 변호사, 검사 이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업운영 관련 형사사건과 금융사건을 다뤄 온 변옥숙 변호사,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서 3년간 근무를 마치고 최근 세종에 합류한 황현일 변호사 등이 강사진으로 참가했다.
김대식 변호사는 "불공정거래 행위의 처벌·제재 대상이 확대됐다더라도 여전히 개별 케이스에서는 규제공백이 나올 수 있다"며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서도 구성요건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는 행위로 판별될 수 있어 개개 규제에 대한 면밀한 이해가 필수"라고 밝혔다. 규제환경에 대한 몰이해로 자칫 위법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을 경계해야 함에도 과도한 공포심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건전화를 위한 규제는 향후에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황현일 변호사는 "IOSCO(국제증권관리위원회 기구)는 한국의 규제시스템의 미흡으로 인해 글로벌 규제차익을 노리는 이들이 악용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며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규제가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주요 자본시장에 비해서는 규제강도가 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라는 제재대상 항목을 신설해 그간 형벌위주 규제로 처리할 수 없었던 다양한 행위를 과징금 등 행정처벌로 다룰 수 있도록 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주요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여전히 과징금, 형사벌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어 규제탄력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개선해야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 등 외국기업의 IR활동이 철저히 결산설명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소규모 NDR(자금조달 목적이 아닌 투자설명회) 중심으로 IR이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정보의 불균형이 발생할 유인이 컸다"며 "이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더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등 관행이 시장건전성을 훼손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널리스트도 정보거간꾼으로서가 아니라 분석가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더 충실해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불합리한 관행이 일상화됐던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가능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종, 금투협 금융투자교육원이 공동주관하는 이번 교육의 1차 과정은 내달 21일까지 매주 1회씩 진행된다. 세종 등 주최측은 호응도에 따라 이번 강의의 상시화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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